'가보지 않은 길' 가는 LG전자, 조주완 대표 리더십 업계 '주목'
조주완 대표이사 사장 글로벌 전략가 면모 곳곳 '물씬'
'가전 구독' 개척, 中 기업 활용 저가 시장 공략…웹OS 신모델 구축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시장보다 2배 빠른 압축성장을 위해 데이터센터부터 상업용·가정용을 아우르는 냉난방공조(HVAC) 코어테크 기술을 고도화하고 환경친화적 기술을 개발해 나갈 것입니다"
LG전자(066570)가 3일 500억 원을 투자해 'HVAC 연구센터' 건립에 나서면서 내건 목표다. HVAC는 LG전자가 집중 육성하고 있는 미래 먹거리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하고 있고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HVAC 시스템이 필요하다.
HVAC를 일찍이 눈여겨 본 이는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다. 조 사장은 가전 구독과 웹OS, 중국 가전업체와의 협업 등 LG전자의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남다른 안목을 보여왔다. 가전업계가 조 사장의 리더십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통상 정책 변화에 따른 관세 부담, 가격에 첨단 기술력까지 확보 중인 중국 기업의 영향력 확대 등 비우호적인 경영 환경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며 글로벌 전략가의 면모를 곳곳에서 과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사장은 지난 1987년 금성사로 입사한 정통 LG맨이다. 재직 기간의 절반가량을 해외에서 근무하면서 미국, 독일, 호주 등 다양한 시장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이를 통해 축적한 노하우로 LG전자의 중장기 전략을 총괄하면서 도전과 변화를 이끌고 있다.
LG전자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6.6% 급감하는 등 고전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이 가장 뼈아팠다. 또한 주력 제품인 TV의 수요 둔화와 과열 경쟁이 한몫했다.
이런 와중에 조 사장이 공을 들인 가전 구독 사업은 올 상반기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새로운 사업모델로 자리 잡았다. 가전 구독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LG전자의 효자가 됐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가전 구독 매출은 2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구독 사업 매출을 지난해의 3배 이상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구독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면서 '가전 구독' 분야에서 남다른 길을 개척하고 있다.
조 사장은 AI 시대를 맞아 남다른 성장세를 보이는 HVAC 사업에서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30년까지 HVAC 사업 매출 20조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조 사장은 우선 칠러 부분 매출을 2년 이내에 1조 원까지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현재 10조 원 수준의 매출을 감안할 때 5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조 사장은 지난 7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같은 구상에 대해 "LG가 설루션 중심의 미래 지향적인 기업으로 변모하는 대담한 걸음을 내딛는 신호"라고 했다. 조 사장은 취약 분야를 보강하기 위해 유럽의 프리미엄 온수 설루션 기업인 OSO 인수를 단행했다. 국내 HVAC 사업 1위를 넘어 글로벌 톱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조 사장은 질적 성장을 위해 영역을 확장 중인 웹(web)OS를 LG전자의 미래로 삼고 있다. 조 사장은 "LG전자는 스마트 라이프 설루션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웹OS가 중심에 있다고 했다. 최근 LG전자의 TV 사업 수익성이 악화했지만 웹OS 강화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웹OS 매출은 1조 원을 넘어섰다. LG전자가 출시한 웹OS 허브 3.0은 전 세계 600개 이상 TV 브랜드가 채택하고 있다. LG전자가 TV 제조회사에서 플랫폼 서비스 회사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조 사장은 신사업 발굴을 하면서 동시에 전통적인 가전 시장 역시 지속해서 공략하고 있다. 프리미엄 가전 시장의 강자이면서 가성비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포용하기 위한 중저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를 위해 취한 전략은 중국 가전업체와의 협력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보다 한발 더 나아가 제품 기획, 개발 단계부터 함께하는 합작 개발 방식(JDM)으로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한국 가전업체가 시도하지 않은 방식이다.
중국 가전 기업인 스카이워스, 오쿠마와 함께 드럼세탁기, 냉장고를 공동으로 개발해 유럽에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중저가 시장을 장악 중인 중국 업체와 손을 잡고 영역을 확장하는 방식이 신선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빅테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도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조 사장은 SNS인 링크드인을 통해 해외 주요 빅테크 대표들과 소통을 하고 한국 최초의 국산 라디오 복제품을 선물하기도 했다.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들 모두 이 선물을 받았다. 이들의 감성을 자극, 협업을 확장하려는 조 사장의 전략가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실제 조 사장이 나델라 CEO를 처음 만난 이후부터 LG전자와 MS의 AI 동맹이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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