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조선·철강 릴레이 추투 본격화…韓 수출 '비상'(종합)
현대차 노조 3일부터 부분파업…수출 대들보 '자동차' 생산 빨간불
노란봉투법 통과, 노조 투쟁 본격화…손경식 "내년 교섭 막막"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 노동조합이 7년 만에 부분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HD현대중공업 등 조선업계와 철강업계 모두 파업 중이거나 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관세'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노조 파업이라는 또 하나의 변수에 직면하게 됐다. 특히 한국 수출을 책임지는 대표 기업들이어서 전체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통과 이후 노조의 요구도 더 거세져 산업계 전반으로 노사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3일 경제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 2일 사측과의 20차 본교섭에서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이날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4일까지는 두 시간씩, 5일은 4시간 파업할 예정이다. 파업은 울산공장뿐 아니라 아산공장에서도 이뤄지며, 생산직은 물론 판매직과 연구직 등도 상황에 맞게 부분파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노조의 파업으로 현대차의 7년 연속 무분규 달성도 실패하게 됐다. 20차 교섭에서 사측은 노조에 기본급 9만 5000원 인상, 성과급 400%, 1400만 원 및 주식 30주 지급 등을 제안했으나, 노조는 올해 핵심 요구사항인 정년 연장과 성과 공정 분배 등이 빠졌다며 사측의 제시안을 거부했다. 앞서 노조는 기본급 14만 13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주 4.5일제 도입, 상여금 900% 등을 요구했다.
현대차가 부분파업에 돌입하면서 당장 9월 완성차 생산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1~7월 현대차의 국내 생산량은 약 107만 대다. 현대차를 포함한 전체 국내 완성차 생산량은 242만 대 수준이다. 총생산량의 절반에 가까운 44%를 현대차가 담당하는 셈이다. 현재 임단협 중인 기아(약 94만 대)까지 더하면 두 업체의 생산 비중이 83%에 달한다. 기아(000270)마저 파업에 동참한다면 국내 완성차 생산은 멈춘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생산 전망치인 407만 대 달성은 불가능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공장 가동 확대로 국내 생산이 자연스럽게 감소할 수 있는 상황에서 파업마저 이어지면 생산량 감소는 더 가파를 수 있다"며 "완성차 생산의 파급 효과를 생각하면 산업계 전반에 끼치는 타격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대표 업종인 자동차뿐 아니라 조선·철강업계도 노조 파업으로 시름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329180) 노조도 전날에 이어 3일에도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한다. HD현대미포(010620)와 HD현대삼호 등 HD현대그룹 조선 3사 노조는 함께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4일부터는 파업 시간을 늘릴 계획이다. HD현중 노사는 지난달 기본급 13만 3000원 인상과 격려금 520만 원 지급 등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으나 최종 합의에는 실패했다.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동계 요구는 더 거세지고 있다. 현대제철(004020) 비정규직노조는 원청업체인 현대제철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전현직 회사 대표는 물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까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하며 노란봉투법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근로조건에 대해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정의하면서 이전보다 그 범위를 확대했다.
경제계는 파업 리스크로 수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의 성장 핵심 동력인 수출이 휘청이면 경제 전반에 끼치는 악영향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2.04% 중 수출 기여도는 95% 수준이다.
특히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사 리스크가 확대하는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업종이 한국 경제 전반에 끼치는 파급 효과가 상당하는 분석이다. 지난해 자동차 산업의 고용 유발 효과는 69만 5000명으로 전체 산업 중 가장 높은 기여도를 기록했다. 조선·철강 산업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자동차보다 작지만 전·후방 산업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숫자 그 이상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이날 노랑봉투법 관련,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노조법은 개정됐지만 기업들은 당장 내년도 단체 교섭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며 "기업 우려를 잘 살펴 노사 갈등을 예방하고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해달라"고 호소했다.
yagoojo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