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선박 연료 탄소배출 세금 10년 유예" 검토…K-조선 '촉각'
"항공·해운 탄소세 부과 논의 2035년 이후로"
"배출권거래제 비해 영향력 낮아…EU 방향성 우려"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유럽연합(EU)이 해운과 항공 부문 탈탄소화를 위해 도입하려 했던 화석연료에 대한 탄소세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로 호황을 맞은 조선업계의 경우 탄소중립 기조가 약화하면 수익성 있는 고부가가치 선종 수주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국내 업계는 당장 미칠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3일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유럽연합 내부 문서 초안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해운·항공 탄소세 시행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10년 뒤인 2035년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021년 기후 변화 해결을 위한 입법 패키지 '핏 포 55'(Fit for 55)에 항공기나 선박에 쓰이는 화석연료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에너지 세제 지침(ETD)을 포함했다.
기존에는 선박이나 항공기가 사용하는 화석연료에 세제 혜택을 제공했는데 이를 폐지하고 과세를 통해 친환경 연료로의 전환을 유도한다는 전략이었다.
핏 포 55는 2030년까지 EU 국가의 탄소 배출을 1990년 대비 55% 줄이겠다는 뜻이다. 핏 포 55에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제한하고 기업 간 배출권을 거래하게 하는 배출권거래제(EU ETS)나 온실가스 집약도가 높은 연료를 사용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퓨얼 EU 마리타임 등도 포함된다.
하지만 EU 내 해운이나 관광 산업이 발달한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탄소세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면서 EU가 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시행을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보고서에는 EU 집행위원회가 2035년에 항공·해운에 대한 과세 가능성을 검토하고 수정안을 제안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EU 회원국들이 금요일(5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타협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조선업계는 우선 EU 회원국들의 탄소세 연기 논의가 업황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EU ETS나 퓨얼 EU 마리타임과 달리 글로벌 해운업계에 미칠 파급력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EU ETS나 퓨얼 EU 마리타임은 유럽에 입항하는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반면 ETD는 유럽에서 구매하는 선박유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이라며 "유럽 역내에서 급유하지 않으면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만큼 다른 제도에 비해 영향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글로벌 친환경 기조를 선도하는 유럽연합이 현실적인 이유에 부딪히며 탄소중립 시행을 위한 계획을 연기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만큼 국내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자동차 업계 우려에 당초 올해로 정했던 완성차 탄소 배출 감축 목표 달성 시한을 연장한 바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ETD 연기 논의에 대해 "EU 내 정치적인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국가별 이해관계나 업계 우려에 따라 탄소중립 논의가 연기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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