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실적 평가 엇갈렸지만…내년 루빈 출시, 삼성·SK하닉 호재

중국 시장 기대감, 'HBM 공급' 삼성·SK하닉에 긍정적
핵심 데이터센터 부진·미중 무역 갈등 변수 등 불확실성 여전

2025년 1월 17일 로이터통신이 촬영한 엔비디아 로고. 2025.1.17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이끄는 엔비디아가 2분기 실적과 3분기 실적 전망 모두 시장 전망을 웃돌았지만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포함한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전망을 밑돌면서 'AI 거품론'이 다시 확산하는 모양새다.

특히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실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는 차세대 제품인 '루빈'이 내년에 출시된다는 점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막혀 있는 중국으로 수출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어 국내 반도체 업계의 실적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이 해소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다.

엔비디아, 2분기 성적 전망치 상회…"내년 루빈 출시·중국 시장 기대감"

엔비디아는 27일(현지시간) 장 마감 이후 2분기 매출과 주당 순이익이 각각 467억4000만 달러와 1.05달러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LSEG가 조사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460억6000만달러를 넘어선 수치다.

엔비디아는 이번 실적 발표로 최근 AI 거품론을 일부 잠재웠다. 앞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AI 기업 가치가 이미 통제 불능"이라며 AI 산업에 거품이 끼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 전망치 또한 예상치인 534억 달러를 웃도는 540억 달러를 제시한 것도 'AI 거품론'을 반박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특히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등 엔비디아 경영진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AI 가속기 제품인 '루빈' 시리즈의 내년 출시를 재확인했다. 중국 수출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으면서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여기에 더해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카운터포인트)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24년 6560억 달러에서 2030년에는 1.9배 늘어난 1조 22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SK하이닉스 제공). ⓒ News1 박주평 기자
'HBM 공급'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훈풍 가능성

엔비디아 성적표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훈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엔비디아가 내년 출시한다고 밝힌 루빈은 블랙웰, 블랙웰 울트라 다음 버전으로 6세대 HBM인 HBM4가 본격적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루빈의 수요가 예상대로 늘어나면 HBM4를 양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에도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 세대인 HBM3E까지는 SK하이닉스의 비중이 압도적이었지만 HBM4에선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마이크론으로부터 공급받는 물량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올해 약 90%에 이르렀던 SK하이닉스의 엔비디아 HBM 공급 점유율이 내년에는 50% 수준으로 내려가고 그 빈 자리를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삼성전자가 25~30%, 마이크론은 20~25%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도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엔비디아가 루빈의 출시를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힌 것이 가장 긍정적"이라며 "그동안 부진했던 고대역폭메모리에서의 턴어라운드(반등)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3사는 모두 올해 HBM4 샘플을 만들어서 엔비디아에 제공한 후 공급 여부에 관한 답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에도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황 CEO가 블랙웰, 블랙웰 울트라의 수급량도 늘릴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블랙웰, 블랙웰 울트라에 12단 HBM3E 등 전 세대 HBM 대부분을 납품하는 만큼 이들의 수요가 커질수록 수익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3차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갖기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은 재무부 제공. 2025.07.28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핵심 데이터센터 부진·미중 무역 갈등 변수 등 불확실성 여전

다만 우려도 존재한다. 핵심인 데이터센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돈 상황에서 중국 사업을 낙관했지만 미중 무역 갈등이라는 변수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2분기 실적은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포함한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 부진이 실적 개선을 이끌지 못했다.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411억 달러로 평균 예상치인 413억 달러를 하회하며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예상치를 밑돌았다.

이는 중국 사업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작년까지 전체 매출의 12% 차지했던 중국 비중이 2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에서 한 자릿수 초반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황 CEO는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대응하면 중국은 올해 우리에게 약 500억달러(약 70조원)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시장"이라며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지만 미중 무역 갈등은 여전히 변수다.

앞서 엔비디아는 미국 규제에 맞춰 중국에 저사양 AI 칩 H20을 팔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불허했다가 H20 매출의 15%를 받는 조건으로 허가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국이 보안 우려가 있다며 중국 기업들에 H20 칩 사용 제한 지침을 내리며 교착상태에 빠졌다.

엔비디아가 전망치에서 중국 시장에 대한 H20 출하와 중국 데이터센터 매출을 제외한 것도 이에 대한 영향으로 보인다.

이런 변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비중이 줄어들면 결국 전체 파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HBM 시장은 향후 납품사간 경쟁이치열해질 것"이라며 "미중 무역 갈등으로 엔비디아 제품의 중국 시장 진입이 계속 막히면 전체 파이가 줄어들어 각 회사가 수주하는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