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구조조정 본격화 5.3만개 일자리 위태…지역경제도 위기

'지역 고용 40% 담당' 여수 산단, 협력업체·서비스 산업 타격 불가피
'직격탄 피한' 울산, 에쓰오일 9조 규모 '샤힌 프로젝트' 변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에서 이영준 롯데케미칼 사장, 김상민 LG화학 석유화학부문 본부장 등 참석자들과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8.2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 탈출을 위해 정부가 감산을 요구함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여수와 울산, 대산 등 3개 석유화학 산업 단지 근로자는 약 5만 3400명 수준이다. 정부가 나프타분해설비(NCC) 생산 규모를 최대 25% 감축을 요구한 만큼 산술적으로 1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여수와 대산 지역의 경우 석유화학 단지 의존도가 높은 만큼 지역 경제도 타격이 예상된다. 지역의 고용과 소비에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NCC 생산 규모 최대 25% 감축…공장 10여개 통폐합 대상 예상

21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올해 기준 여수 석유화학산업단지 노동자 수는 약 2만 4686명이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과 중견·중소 석유화학 업체 직원, 협력업체(하청업체) 노동자들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여수시 전체 고용의 42%를 담당하고 있다.

울산과 대산 석유화학 단지의 고용 인원은 각각 1만 7700명과 1만 1000명 수준이다.

정부는 NCC 감축 목표를 현재 생산량의 최대 25%(연 375만 톤)로 제시하면서 10여 개 공장이 통폐합 대상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구조 개편 방향도 국내 과잉설비 감축에 중점을 뒀다. 이에 따라 주요 10개 석유화학 기업은 연말까지 회사별로 구체적 사업재편 계획을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선(先) 자구 노력, 후(後) 정부 지원'의 기본 방침을 정하면서 업계가 요구해 온 전기요금 인하 같은 선제적 지원책에 대해서는 확실한 선을 그었다. 정부도 향후 업계에서 제출하는 사업재편계획에 대한 타당성 및 기업들의 자구노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이에 필요한 금융, 세제, R&D, 규제 완화 등 지원패키지를 마련해 뒷받침할 예정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려 하거나, 다른 기업들 설비 감축의 혜택만을 누리려는 무임승차 기업에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 입장에서 사실상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탓에 이들 지역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1일 오후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여천NCC 3공장 앞.2025.8.11/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지역 고용 40% 담당' 여수 산단, 협력업체·서비스 산업 타격 불가피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은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산단이다.

여수산단의 경우 여수 전체 고용의 40%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대규모 설비 감축이 현실화하면 협력업체와 서비스업까지 연쇄 타격이 예상된다.

현재 여수산단에는 7개 공장이 가동 중인 것을 고려할 때 그중 2~3개가 정리 대상으로 거론된다.

그나마 고용노동부가 지난 19일 석유화학 단지가 모인 여수를 고용 위기 선제대응지역 '1호'로 지정하며 측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에 따라 생활안정자금 융자 등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측면 지원뿐 아니라 세제 혜택 등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세제 혜택 등 직접 지원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산지역도 석유화학산업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번 구조조정으로 인한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울산시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S-OIL 샤힌 프로젝트 공사 현장. (S-OI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1 ⓒ News1 조민주 기자
'직격탄 피한' 울산, 에쓰오일 9조 규모 '샤힌 프로젝트' 변수

울산은 NCC를 보유한 기업이 일부 있지만 생산 구조상 정유와 고도화 설비 중심의 생산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이번 구조조정 대상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그러나 울산에서 현재 진행 중인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총 9조 3000억 원이 투입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복합단지 건설 프로젝트다. 현재 공정률은 80%가 넘은 상태로, NCC 설비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울산 산업단지에 NCC 비중이 높아져 이번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울산의 석유화학제품 수출이 중국의 공급과잉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비 감축까지 겹치면 고용 문제와 생산성 저하, 설비 투자 위축 등으로 이어져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