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폐업 100만 시대…'현상유지→성장유도' 정책 전환해야"

한경협 '소상공인‧자영업자 정책 해외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
"미국·네덜란드, 정부가 '키다리 아저씨'로 나서…벤치마킹을"

올해 문을 닫는 자영업자 수가 100만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 23일 서울 종로구 종각 지하상가의 문을 닫은 매장 앞에 '점포정리,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는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2025.5.2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미국 중소기업청은 유망 기술을 갖고 있지만 민간 투자 유치에 애를 먹는 소규모 기업을 발굴해 정부가 1~2단계 투자자가 돼 주는 SBIR(중소기업 혁신연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담보물이 없거나 대출 여력이 없는 창업 초기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비영리 금융기관 Qredits를 연결해 무담보 대출을 지원한다.

내수부진 장기화로 폐업 신고를 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10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현행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정책 방향을 '복지형 현상 유지'에서 '성장 유도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키다리 아저씨'가 돼 주는 해외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3일 박주영 숭실대 교수에게 의뢰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정책 해외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정책은 △디지털 전환 △고용 △기술‧창업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대부분 정책 목적이 '현상 유지를 위한 단기 대응'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디지털 전환 지원은 국내 온라인 시장에 집중되어 있어 글로벌 진출 전략이 미흡하며 인건비 위주의 단기 고용정책은 만성적 인력난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술창업 지원은 초기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전통적인 소상공인은 소외되기 쉽고, 금융 지원은 심사 기준이 엄격해 실제 수혜율이 낮다"고 지적했다.

반면 해외 선진국은 정부가 직접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발굴해 육성하는 추세다.

일본 정부는 직원 수 300인 미만, 매출 50억엔 이하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수단을 활용한 수출 지원 통합 패키지를 제공한다. 일본 시고토센터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일자리센터로, 구직자를 청년‧중장년‧시니어‧여성‧장애인 등으로 세분화해 기업과 구직자 간 매칭 확률을 높였다.

보고서는 한국의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현상 유지형에서 성장형으로 전환하기 위한 4대 정책으로 △K-글로벌 수출 이니셔티브 △소상공인통합생존플랫폼 △K-혁신 스타트 프로그램 △K-마이크로 파이낸스 및 성장 멘토링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소상공인이 정보 부족, 마케팅 한계 등으로 수출시장 진입 또는 지속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출을 '준비-실행-성장' 3단계로 나누고,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플랫폼(K-GEI) 구축을 제안했다. 또 통합생존플랫폼(SSP)을 조성해 고용뿐 아니라 경영, 복지, 재기, 디지털, 자금, 교육의 7대 영역을 아우르는 원스톱 SSP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미국의 SBIR을 참고해 아이디어 및 기술 검증, 시제품 개발 및 시장성 점검, 상업화 및 투자 유치의 3단계 지원을 하되, SBIR과 다르게 마지막 단계에서도 스마트화 등 정책과 연계된 지원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네덜란드의 Qredits 프로그램처럼 금융과 경영 멘토링을 결합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최대 5000만 원까지 무담보 소액 대출과 동시에 실전 컨설팅이 가능한 전담 멘토를 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위기는 오랫동안 누적돼 온 구조적 과잉문제에 경기 부진, 고물가로 인한 매출 감소 등의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라면서 "이들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갖출 수 있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