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 낮지만…트럼프, '환율 카드' 달러 약세 압박 대비해야
무협, '트럼프 2기 달러 약세 시나리오 점검 및 영향 분석' 보고서
달러 약세 유도 '마러라고 합의' 가능성…통화스와프 확대 등 필요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상호 관세에 이어 '환율 카드'를 사용할 수 있어 원화 가치 하락 등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3일 발표한 '트럼프 2기 달러 약세 시나리오 점검 및 영향 분석'보고서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 및 제조업 부흥을 위해 고율 관세와 함께 달러 약세 유도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 임시 이사로 지명한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의 '마러라고 합의'(Mar-a-Lago Accord) 구상과 같이 미국이 관세 협상과 환율 협정을 연계해 달러화 가치 하락을 유도할 경우, 달러·원 환율 하락이 현실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마러라고 합의는 선 관세-후 달러 약세 유도를 골자로 한 통화 협정으로, 1985년 G5(미·일·독·영·프)가 공동으로 통화 절상 한 플라자합의에서 착안했다.
보고서는 마러라고 합의가 실현될 가능성은 작다고 바라봤다. 각국의 통화가치 절상은 수출경쟁력 약화와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 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이에 공조할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무역정책은 정책 신뢰도를 저하해 통화 협정에 대한 합의 도출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마러라고 합의 또는 주요국 통화 절상을 요구할 경우,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면서 우리 수출입에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이 10% 하락하면 수출액은 0.25% 감소하고, 수입액은 1.31% 증가한다.
수출기업은 원화 수익성 방어를 위해 달러 기준 수출가격을 인상해야 하는 유인이 크지만, 이 경우 수출 물량이 더 많이 감소했다. 반면 수입의 경우 원화 환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입 물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환율 하락은 원자재 수입단가를 낮춰 생산비용 절감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달러·원 환율 10% 하락 시 생산비용은 평균 3% 감소했으며 제조업(4.4%)을 중심으로 절감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특히, 석탄·석유제품(7.2%), 1차 금속제품(6%) 등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절감 효과가 두드러졌다.
보고서는 환율의 수준뿐 아니라 변동성에도 주목했다. 환율 변동성이 1%포인트(p) 확대될 경우 수출 물량은 1.54% 감소했다. 변동성이 커지면 불확실성으로 수출기업의 계약체결이 지연되고, 환 헤지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해 수출 물량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양지원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마러라고 합의가 아니더라도 관세 영향 최소화를 위한 주요국의 통화가치 절하를 막기 위해 미국이 통화 강세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환율 하락에 대비해 통화스와프 확대 등 외환시장 안전장치를 강화하고 수출기업의 환리스크 관리를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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