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 20번 해도 투지유치 0"…비수도권 벤처기업 투자 3.2% 불과
대한상의 "지역특화·초기전용 펀드 신설해야"
"벤처 투자 40조 달성 위해 민간투자 유도 필요" 조언도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1. 지방 온라인플랫폼 A사는 창업 6년이 지난 지금까지 100곳 넘는 벤처캐피털사(VC)를 접촉하고 20곳 이상 투자 설명회(IR)를 진행했지만 투자 유치는 전혀 못했다. A사는 사업은 수도권에서 하고 있음에도 VC들이 지방기업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2. 지방 유통데이터 분석업체 B사는 창업 이후 총 2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AI 접목 등을 위해 50억 이상의 추가 투자가 필요해 기회가 될 때마다 수도권으로 올라가서 IR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
벤처기업 투자가 '수도권'과 '창업 후기 기업'에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권역별 지역특화 펀드나 창업 초기 기업 전용 펀드를 신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8일 공개한 '벤처투자시장 현황과 정책과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최근 감소하던 벤처투자 규모가 지난해 11조 9000억 원으로 반등했으나 수도권이나 7년 이상 된 창업 후기 기업 등에 투자 편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 간 전체 벤처 기업 중 비수도권 소재 기업 비중은 40%에 달했으나 벤처 투자 비중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주도 모태펀드도 2005년 출범 이후 2024년 8월까지 총 34조 3000억 원을 투자했으나 지방 계정에 집행된 투자는 1조 1000억 원으로 3.2%에 그쳤다.
상의는 "민간 투자자의 수도권 선호가 시장원리에 부합할 수 있지만 정부 주도 모태펀드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목표에 맞춰 전략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 RE100 산단 조성 등 모태펀드 내 권역별 지역특화 펀드를 신설하고 지방 계정에 대한 출자 예산을 확대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벤처 투자 자금이 상당 부분 창업 7년 이후의 후기 벤처기업에 쏠리는 현상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총 벤처투자액 11조 9000억 원 중 창업 3년 이내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는 2조 2000억 원(18.6%)에 그쳤다. 7년 이상 기업에 대한 투자는 6조 4000억 원(53.3%)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모태펀드 역시 지난해 창업 3년 이내(22%) 투자 비중보다 7년 이상(44.3%)이 높게 나타났다.
상의는 "보통 창업 3년 이내는 수익 창출 없이 막대한 개발비와 운영비가 드는 '데스 밸리'(죽음의 계곡) 구간으로 지속적인 투자 유치가 필수적"이라며 "초기 창업 기업에 대해서는 모태펀드가 초기 스타트업 전용 펀드를 늘리는 등 투자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상의는 연간 벤처투자 40조 원이라는 정부 목표 달성을 위해선 정책금융 등 공적자금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와 개인 등 가능한 민간투자를 총동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벤처투자에 대한 은행권의 위험가중치(RWA)를 하향해야 한다고 상의는 주장했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은 벤처 투자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일반 주식(250%) 대비 높은 400%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일본이나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위험가중치 150~250%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상의는 개인의 비상장·벤처투자를 허용하는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제도에 '모펀드형 BDC'도 함께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분산 투자를 통해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만큼 벤처투자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개인의 벤처투자조합 등 투자 시 세액공제율 상향 △폐쇄적·비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비상장 주식 유통 인프라를 개선한 민관공동 플랫폼 구축 등의 제도 개선방안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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