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보수적 경영→고용·투자 감소 '악순환'…규제 개선 시급
국내 기업 69% 하반기 경영여건 '어렵다'…보수적 경영 계획 '절반'
"정부, 규제 개선·내수 활성화 정책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 박기호 기자
(경주=뉴스1) 박기호 기자 = 기업 절반 가까이가 올해 하반기에도 경영 여건이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보수적 경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수 침체로 기업들이 보수적 경영에 나서면서 고용과 투자가 감소하고 이는 다시 내수가 둔화하는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규제 개선책 등 우호적인 경영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2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기업경영 여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3.3%가 올해 하반기 경영 여건에 대해 '상반기와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협이 매달 조사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3년 4개월 연속으로 역대 최장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 관세 정책 등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과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대다수 업종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경영 여건이 상반기와 비슷하다'는 응답은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상반기보다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 역시 16.5%로 국내 기업의 69%가량이 '올해 하반기 경영 여건이 어렵다'고 보는 셈이다.
경영 여건 악화는 내수 부진이 주요인이다. 우리나라 상반기 국내 내수 경기는 소비, 건설 부문 침체를 중심으로 한 장기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업 생산을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전년 동기 대비 20.7% 급감, 4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소매판매액지수 역시 하락을 거듭, 최근까지 100 초반 수준이다.
한경협 설문조사에서도 기업들은 하반기 최대 경영 리스크로 '내수 부진과 경기 침체 지속'(25.7%)을 지목했다. 한국은행의 6월 기업경기 조사에서도 현재 가장 주요한 경영 애로 요인으로 '내수 부진'을 꼽은 제조업 기업은 전체의 29.4%로 2004년 7월 이후 20년 1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내수 부진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보수적인 경영을 강요하고 있다. 한경협 조사에서 기업들은 대내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하반기 경영 전략을 묻는 말에 '비용 절감 및 운영 효율화'가 28.0%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기존 주력사업 집중'으로 19.1%를 차지했다.
이 같은 기업들의 보수적 경영은 고용과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내수 둔화가 고착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한경협이 최근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 하반기 투자 계획 조사 결과, '상반기와 비슷한 규모로 투자하겠다'는 답이 78.4%였으며 '투자를 줄이겠다'는 기업은 13.3%였다. '상반기보다 투자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8.3%에 그쳤다.
이럴 경우 내수 둔화가 더욱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 조사에서 하반기 경영 여건이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기업들은 경영 여건 개선 시점에 대해 내년이라고 응답하는 이들이 많은 반면, 올해 3분기 혹은 4분기라는 응답이 가장 저조했다.
경제계는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의 규제 개선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기업들은 내수 둔화와 불확실한 대외 환경 속에서 신규 사업 전개보다는 기존 전략의 재점검과 효율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보수적 경영이 장기화할 경우 투자와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통상 환경 대응, 규제 개선, 내수 활성화 정책을 보다 체계적이고 속도감 있게 추진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계가 우려하는 규제 법안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최근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과 상법 개정안 등에 대해 "(법 개정을) 한꺼번에 다 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우리 경제를 위해 페이스를 좀 늦추는 것이 어떨까"라고 말했다.
goodd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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