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적지만 600만장 생산"…그래도 포기 못하는 이른둥이 기저귀
유한킴벌리, 2017년 첫 생산 후 9년 만에 무상기부 600만패드 돌파
두 달에 한번 대전공장 멈추고 이른둥이 기저귀 생산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혹시 작은 아기들을 위한 기저귀를 만들어 주실 수 있나요?"
2011년 NICU(신생아 집중치료실)서 근무하던 한 간호사의 메일이 '유한킴벌리'를 바꿨다. '이른둥이'를 위한 전용 기저귀가 필요하다는 간호사의 간곡한 요청을 계기로 이른둥이 실태를 조사했고, 그 과정에서 NICU에 머무는 아기와 부모를 위한 관심이 절실함을 알게 됐다.
그렇게 연구 끝에 탄생한 이른둥이용 초소형 기저귀는 2017년부터 본격 보급되기 시작했고, 2025년 5월 기준 기부 수량이 600만 패드를 넘어섰다.
이른둥이는 임신 37주 미만 또는 체중 2.5㎏ 이하로 태어난 조산아를 뜻하며, 전체 신생아 중 약 8~9%를 차지한다. 10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셈이다.
최근 결혼 연령 상승으로 산모의 고령화와 불임 인구가 증가하면서 인공수정 등 보조생식술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산이나 다태아 출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른둥이의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유한킴벌리에 따르면 2009년 약 5% 수준이던 이른둥이 출생률은 현재 9%대로 늘어났다.
이른둥이들은 상대적으로 면역체계가 약하거나 질병에 쉽게 노출될 우려가 있어 태어나자마자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간 인큐베이터에서 특별한 보살핌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경제성이 낮아 전용 제품이 다양하지 않은 상황이다.
유한킴벌리 하기스는 유아용품 1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이른둥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를 확산하기 위해 2017년부터 이른둥이용 초소형 기저귀를 개발, 공급하고 있다.
일정 기간 병원에서 생활하는 이른둥이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종합병원 및 대학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NICU)과 유한킴벌리 자사몰 맘큐를 통해 소형 사이즈를 무상 지원해 왔다.
병원을 통해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자사몰을 통해 1인당 1박스(3백)를 지원받을 수 있다.
하기스 이른둥이 캠페인을 통한 누적 기부는 2019년 처음 100만 패드를 넘었고 지난 5월 600만 패드를 돌파했다. 이를 활용해 건강하게 성장한 아이들도 4만명을 넘어섰다.
초소형 기저귀를 생산하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대학병원 NICU와 협업해 실사용 조사와 별도의 설비투자를 진행해야 했다. 300곳이 넘는 산부인과 340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고, 당시 전국 100개 미만의 NICU가 존재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이른둥이에게 직접 테스트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NICU서 일하는 간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필요한 제품 특성을 살폈고, 이른둥이들의 피부와 신체 특성을 반영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2014년 기존 설비를 활용해 제품을 개발했으나, 충분하지 않았고 별도의 설비투자를 진행한 끝에 2017년에 제대로 된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이른둥이 기저귀는 휴대전화 크기 정도로 매우 작다. 매일 체중을 재며 회복 상태를 살펴야 하므로 매우 정밀한 품질관리가 필요하다.
생산 효율도 높지 않다. 생산 준비에 2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생산 속도도 30% 이상 낮아 경제성 측면에선 접근할 수 없다.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은 약 2개월마다 기존 제품 생산을 멈추고, 이른둥이용 초소형 기저귀를 생산한다.
이른둥이 기저귀는 피부가 얇고 연약한 아기 특성을 고려해 사탕수수 바이오매스 소재와 판테놀 함유 로션 등이 적용된 친자연 기저귀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이른둥이 기저귀는 판매되는 것이 아니다. 소재와 생산설비 중단 및 교체 등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있음에도 유한킴벌리는 이를 무상으로 기부한다. 덕분에 이른둥이 기저귀를 만들면 만들수록 회사 입장에서는 손실이지만 유한킴벌리는 '사명감'을 갖고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른둥이 기저귀는 현재 NICU가 있는 종합병원과 대학병원 30여 곳에 무상 공급되고 있다.
실제 이른둥이 부모였던 류진호 유한킴벌리 유아용품 사업부 본부장은 당시 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이른둥이 기저귀 개발을 주도했다.
류 본부장은 "쌍둥이 중 한 아이가 NICU에 일주일간 입원을 한 경험이 있다"며 "제품 개발을 한 담당자로서 이른둥이 기저귀에 대한 의견을 듣고 제품에 추가 반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른둥이 부모로서, 튼튼하게 성장한 이른둥이와 가족의 모습을 보는 것에 큰 감동과 힘을 얻는다"며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더 커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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