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2배 성장? LG전자, HVAC 매출 20조 목표 무리 아닌 이유

10조 규모 매출 2030년까지 20조까지 확대 목표
초대형 냉방기·현지 맞춤형 전략…자신감의 근거

LG전자 AI 데이터센터 액체냉각 솔루션인 CDU(냉각수 분배 장치) (LG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LG전자(066570)가 오는 2030년까지 냉난방공조(HVAC) 사업 매출을 20조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매출이 10조 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5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한 셈이다.

LG전자는 인공지능(AI) 시대 급성장하는 HVAC 분야에서 기존 가정용, 상업용을 넘어 B2B 영역에서 사업 확대를 통해 두 배 빠른 압축성장을 이룬다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 '트럼프 관세'와 주력상품인 'TV 부진'으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3분기 전망도 다소 우울하다. HVAC 사업이 목표대로 성장한다면 LG전자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LG전자는 전날 (8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HVAC 사업 전략 방향과 AI 데이터센터향 HVAC 설루션 등을 소개하며 현재 10조 원 규모의 매출을 2030년까지 20조 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ES사업본부가 2030년 HVAC(냉난방공조) 사업 매출 20조 원 목표를 제시한 데 대해 "단순한 발표 그 이상이며, LG가 설루션 중심의 미래 지향적인 기업으로 변모하는 대담한 걸음을 내딛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이어 "HVAC 사업은 LG 중장기 전략의 핵심축이고, 더 스마트한 에너지 관리가 더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데 필수라는 우리의 깊은 믿음을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LG ES사업본부 터보 칠러.(LG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칠러 시장에서 경쟁력 입증…2년 내 1조 목표

국내에서 1위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인 LG전자가 HVAC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은 것이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우선 LG전자 초대형 냉방기 칠러는 데이터센터와 대형 건물 등 B2B 영역에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27년 글로벌 120억 달러 규모로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칠러 시장에서 2년 내 매출 1조 원이 목표다.

칠러는 대형 건물의 냉난방용에서 최근 기술의 발전과 함께 급성장하는 AI 분야를 비롯해 클린룸, 발전소, 스마트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특히 LG전자 인버터 스크롤 칠러는 미국 내 배터리공장, 국내 화학 플랜트 등에 공급되며 지난 5월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성장했다.

아울러 지구 온난화로 글로벌 전역에서 탄소 배출 규제가 강해지는 상황에서 기존 냉매(R410A)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30% 수준인 R32 냉매를 적용한 인버터 스크롤 칠러를 출시하는 등 환경규제에 대응한 수요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재성 ES사업본부장은 "AI 시대가 되면서 (HVAC의) 수요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HVAC 기술로 가정용·상업용 제품 위주로 만들었지만 앞으로는 산업 발전용으로까지 사업 영역이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사업 범위도 넓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맞춤형 전략으로 시장 공략, 인도에 HVAC 개발 조직 신설

LG전자는 현지 맞춤형 전략을 통해 HVAC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북미, 유럽, 글로벌 사우스 등 지역에서 현지 완결형 밸류 체인을 공고히 해 글로벌 선두권 공조 업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사우디에 축구장 130개 크기의 복합시설을 한 번에 냉방할 수 있는 고효율 칠러를, 지난 4월에는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충족시키지 못한 '초고효율' 조건을 만족시키며 초대형 물류센터에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 ‘멀티브이 아이(Multi V i)’를 대거 공급했다.

창원에만 있던 HVAC 제품 개발 전담 조직도 연내 인도에 신설해 인도와 인근 국가 고객 맞춤형 제품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다.

LG전자는 또한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르웨이 온수 설루션 기업 OSO 인수와 같은 시도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이재성 본부장은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비하드웨어 영역인 구독 유지보수 서비스 사업 부분에 우리가 큰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며 "노르웨이 OSO 인수 부분들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해 나갈 계획이고 시대 흐름에 더 앞서 시장을 선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