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형AI 기반 바이오제조 분야의 향후 전망[혁신의 창]

(서울=뉴스1) 윤진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 통계학자 조지 박스(George Box)는 "모든 모델은 틀렸지만, 어떤 모델은 유용하다(All models are wrong, but some are useful)"는 말을 남겼다.

이는 어떤 현상을 완벽히 설명하거나 예측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면서도, 그러한 시도 자체가 지식과 기술의 진보를 이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겠다.

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이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인공지능이 조지 박스가 지적한 수리·통계적 모델의 설명·예측능 한계를 극복할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바이오 분야에서도 이러한 인공지닝의 파급효과가 가시화 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복잡한 생물학적 정보를 창의적으로 시각화 하고 해석하는데 생성형 AI의 활용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목해야 할 흐름은 예측형 인공지능(predictive AI)의 부상이다.

예측형 AI는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데이터를 분류하거나 미래의 결과를 예측하는 플랫폼으로, 이메일 스팸 분류와 같은 익숙한 예부터,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lphaFold와 같은 생명과학 분야의 혁신 사례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바이오제조 분야에서도 예측형 AI는 핵심도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미생물 생산 공정에서의 온도, pH, 용존산소, 영양소 조성 등 다양한 공정 파라미터를 기반으로 세포의 성장률, 생산 효율, 제품 품질 등을 예측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반복 실험을 줄이고 기술의 재현성과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기존에는 숙련된 전문가의 경험에 크게 의존하던 영역이지만, 이제는 예측형 AI의 도움을 통해 공정자동화 및 최적화를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나아가, 바이오의약품 생산뿐 아니라 생물학적 온실가스 저감, 폐수정화 등 환경·에너지 분야에서도 예측형 AI의 파급력은 마찬가지로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실험실-to-현장 전환(lab-to-field transition)이라는 고질적인 규모 격상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생성형 AI가 방대한 범용 언어 데이터를 학습해 만들어졌듯, 예측형 AI도 정교하게 정제된 데이터 기반 위에서만 유의미한 예측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바이오분야처럼 데이터가 이질적이고 복잡한 경우, 기초 연구단계에서부터 체계적인 데이터 축적과 표준화, 산학연 간의 협업 플랫폼 구축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현장의 ‘지저분한(messy)’ 데이터를 어떻게 정돈하고, 그 속에서 의미있는 신호(signal)을 추출하느냐가 예측형 AI의 성패를 가를 핵심이 될 것이다.

제조업 전반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우리나라에게는, 이처럼 고도화된 예측형 AI를 바이오 제조에 성공적으로 접목함으로써 새로운 기술 패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산업화와 시장 선도를 위해, 지금이야말로 기초 데이터를 정제하고, 이를 기반으로 AI가 산업 현장과 정밀하게 맞물릴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할 시점이다.

◇윤진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미네소타주립대 학사

△캔자스공대 석사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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