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설비 줄자 韓 항공유 수출↑…정유업계 3Q 실적 반등하나

미·EU 올해 글로벌 1% 수준 정제설비 폐쇄…성수기 물량 韓서 수입
정제마진 2.5배 증가, 국제유가도 60달러대 하락…실적 회복 기대감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정유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2019.5.5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글로벌 정유사들이 전체의 1%에 달하는 정제설비를 폐쇄하자 한국 정유사들의 수출이 늘고 있다.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연초보다 2.5배 오르고 국제유가는 60달러대까지 하락해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국내 정유사의 원가 부담이 줄었다. 정유업계에서는 연이은 호재에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정제설비는 하루 50만 배럴이 늘어 설비 확대 규모가 전년대비 64%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미국의 올해 예정된 설비 폐쇄는 하루 54만 7000배럴 규모로, 글로벌 정제설비의 0.5%에 달한다. 유럽 역시 정제설비 3곳(합산 하루 40만 배럴)이 연내 폐쇄된다. 글로벌 기준 0.4%에 해당한다.

생산량이 줄자 석유제품 재고는 빠르게 줄고 있다. 지난주 미국 등유·경유 재고는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영국도 지난 3월 석유제품 재고는 지난 9개월 중 가장 적었다.

중국 페트로차이나도 올해 1분기 정제 처리량이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했다. 휘발유와 등유·경유 합산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6.3%가 줄었다. 이는 러시아와 이란산 저렴한 원유를 통해 누렸던 원가 우위가 사라지며 생산량을 축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생산 감소와 계절적 성수기기 맞물리며 국내 정유업계의 수출은 증가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정유업계의 성수기는 여행 철 드라이빙 시즌으로 휘발유 수요가 느는 2~3분기다. 주요 수요처인 항공업계의 수요도 늘어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서부 해안으로 수출된 항공유는 60만톤으로 1년 만에 최대치를 달성했다. 대부분은 한국에서 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지난 2022년 1080만톤을 수출해 점유율 29%로 글로벌 1위를 달성한 항공유 주요 수출국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공급 물량 증대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OPEC+는 석달간 하루 96만 배럴에 달하는 증산을 단행했고 내달에도 41만 1000배럴 증산을 결정했다.

이에 지난달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 57달러까지 하락한 후 60달러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국가의 수요가 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유가가 떨어지는 만큼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도입 비용과 설비 운전 비용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수요가 부족할 때는 재고 손실로 실적이 악화하지만, 수요가 있을 때는 수요를 더욱 키워 호재로 작용한다.

여기에 정제마진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해외에서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지표인 복합 정제마진의 경우 지난달 배럴당 13.6달러를 기록해 지난 1월 5.4달러 대비 2.5배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통상 4~5달러를 손익 분기점으로 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복합 정제마진은 유가 변동성을 반영하기에 1달가량 늦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며 "국내 정유사들은 현재 마진 개선 영향을 반영해 5월 말부터 실적 반등이 예상되며 이에 따라 3분기 손익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요 수출국인 미국에서 전기차에 대한 세제 혜택이 줄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혜택이 줄어들면 전기자 대신 내연기관 차량 구매가 늘어나고 이는 휘발유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

미국 연방 하원 교통 및 인프라 위원회는 지난 4월 고속도로 신탁기금의 재정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전기차는 연간 250달러, 하이브리드는 100달러의 연방 등록 수수료를 부과하는 예산 조정안을 승인했다.

또 하원을 통과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제 개편안에는 신규 및 중고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를 내년까지로 축소했다.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