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종현 선대회장 '선경실록' 복원…27년만에 세상 나온다
육성녹음 등 13만 여점 복원…SKMS 정립·그룹 의사결정 순간 담아
"정치 불안할수록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된다 사명감 가져야"
-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정치가 불안할수록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 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경제가 나빠지지 않는다는 거야.
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은 지난 1980년대 중반 선경 임직원과의 신년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당시 정치 불안이 커 경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에 대한 최 선대회장의 대답인 셈이다.
1970~1990년대 한국 경제 성장기를 이끈 주역인 故 최 선대회장의 경영 활동 일체를 담은 '선경실록'이 유고 27년 만에 세상에 나온다.
SK(034730)는 2일 그룹 수장고 등에 보관한 30~40여 년 전 경영철학과 기업활동 관련 자료를 발굴하고 디지털로 변환해 영구 보존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지난달 말 완료했다고 밝혔다. 일부 내용은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2023년 창사 70주년 어록집을 제작하며 옛 자료의 역사적 가치를 확인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한 지 2년 만이다.
이번에 복원한 자료는 오디오·비디오 형태 약 5300건, 문서 3500여 건, 사진 4800여 건 등 총 1만 7620건을 포함해 총 13만 1647점이다.
최 선대회장의 음성 녹취만 오디오 테이프 3530개에 달한다. 하루 8시간을 연속으로 들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만큼 상당한 분량이다.
최 선대 회장은 사업 실적·계획 보고, 구성원과 간담회, 각종 회의와 행사 등을 녹음해 원본으로 남겼다. 그룹의 경영 철학과 기법을 발전시키고,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기업 경영의 수준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이는 SK만의 기록 문화로도 계승됐다.
SK 고유의 경영관리 체계인 SKMS를 정립하고 전파하는 과정, 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 순간에서 임직원과의 토론하는 장면, 국내외 저명인사와의 대담 내용 등이 상세하게 담겼다.
최 선대회장은 1992년 임원들과 간담회에서 "R&D(연구개발)를 하는 직원도 시장 관리부터 마케팅까지 해보며 돈이 모이는 곳, 고객이 찾는 기술을 알아야 R&D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며 실질적인 연구를 주문한다.
SK의 성장 과정도 최 선대회장의 목소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70년대 1, 2차 석유파동 당시 최 선대회장이 중동의 고위 관계자를 만나 담판을 짓는 내용, 1992년 정당하게 획득한 이동통신사업권을 반납할 때 좌절하는 구성원들을 격려하는 상황 등이 남아있다.
SK는 디지털 아카이브의 자료를 그룹 고유의 철학인 SKMS와 수펙스추구 문화 확산 등을 위해 활용할 방침이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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