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종현 선대회장 '선경실록' 복원…27년만에 세상 나온다

육성녹음 등 13만 여점 복원…SKMS 정립·그룹 의사결정 순간 담아
"정치 불안할수록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된다 사명감 가져야"

1980년 12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유공(現 SK이노베이션) 인수 후 첫 출근하여,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SK 제공)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정치가 불안할수록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 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경제가 나빠지지 않는다는 거야.

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은 지난 1980년대 중반 선경 임직원과의 신년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당시 정치 불안이 커 경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에 대한 최 선대회장의 대답인 셈이다.

1970~1990년대 한국 경제 성장기를 이끈 주역인 故 최 선대회장의 경영 활동 일체를 담은 '선경실록'이 유고 27년 만에 세상에 나온다.

SK(034730)는 2일 그룹 수장고 등에 보관한 30~40여 년 전 경영철학과 기업활동 관련 자료를 발굴하고 디지털로 변환해 영구 보존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지난달 말 완료했다고 밝혔다. 일부 내용은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2023년 창사 70주년 어록집을 제작하며 옛 자료의 역사적 가치를 확인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한 지 2년 만이다.

1996년 1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왼쪽)이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조지 H. W. 부시 前 미국대통령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SK 제공)

이번에 복원한 자료는 오디오·비디오 형태 약 5300건, 문서 3500여 건, 사진 4800여 건 등 총 1만 7620건을 포함해 총 13만 1647점이다.

최 선대회장의 음성 녹취만 오디오 테이프 3530개에 달한다. 하루 8시간을 연속으로 들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만큼 상당한 분량이다.

최 선대 회장은 사업 실적·계획 보고, 구성원과 간담회, 각종 회의와 행사 등을 녹음해 원본으로 남겼다. 그룹의 경영 철학과 기법을 발전시키고,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기업 경영의 수준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이는 SK만의 기록 문화로도 계승됐다.

1998년 1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최종현 SK 선대회장(좌석 왼쪽 4번째)이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그는 그해 8월 별세했다.(SK 제공)

SK 고유의 경영관리 체계인 SKMS를 정립하고 전파하는 과정, 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 순간에서 임직원과의 토론하는 장면, 국내외 저명인사와의 대담 내용 등이 상세하게 담겼다.

최 선대회장은 1992년 임원들과 간담회에서 "R&D(연구개발)를 하는 직원도 시장 관리부터 마케팅까지 해보며 돈이 모이는 곳, 고객이 찾는 기술을 알아야 R&D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며 실질적인 연구를 주문한다.

SK의 성장 과정도 최 선대회장의 목소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70년대 1, 2차 석유파동 당시 최 선대회장이 중동의 고위 관계자를 만나 담판을 짓는 내용, 1992년 정당하게 획득한 이동통신사업권을 반납할 때 좌절하는 구성원들을 격려하는 상황 등이 남아있다.

SK는 디지털 아카이브의 자료를 그룹 고유의 철학인 SKMS와 수펙스추구 문화 확산 등을 위해 활용할 방침이다.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