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방콕은 되고 서울 아파트는 안되는 '로봇주차'

엠피시스템이 적용된 태국 방콕의 한 레지던스
엠피시스템이 적용된 태국 방콕의 한 레지던스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최근 방문한 태국 방콕 레지던스의 풍경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이곳 입주민은 지하 주차장 대신 1층 로봇주차 엠피스시템(MP System)에 주차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기 집으로 향했다. 이렇게 걸린 시간은 1분 남짓에 불과했다.

서울 아파트에서 볼 수 없는 낯선 풍경에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아파트 단지 내 주차 공간이 없어 주차장을 뺑뺑이 돌았던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중주차와 문콕 등으로 입주민끼리 얼굴을 붉히는 일이 빈번한 서울 아파트 모습과도 사뭇 달랐다.

엠피시스템은 우리 기술인데 왜 한국이 아닌 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을까. 이유는 규제 때문이었다.

태국은 연면적 '120㎡당 1대' 주차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것 외에는 다른 규제가 없다. 태국 로봇주차 시장 규모가 연간 3억 달러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역시 한국은 규제 공화국이었다. 한국은 로봇주차를 기계식 주차로 분류하고 있다. 서울시민 대부분이 거주하는 아파트엔 설치할 수도 없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6조2(주차장의 구조 및 설비)에 따르면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 내에서 소형주택 또는 주택 외 시설을 건축하는 경우에만 기계식 주차를 허용하고 있어서다.

'2시간 출차'라는 규정도 로봇주차 발목을 잡고 있다. 기계식주차장치의 안전기준 및 검사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6조(입출고 시간)는 기계식 주차장에서 차를 모두 출고하는 시간을 2시간 이내로 규제하고 있다. 다시 말해 1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기계식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100대를 모두 밖으로 빼낼 때 필요한 시간이 2시간을 넘으면 안 된다는 의미다. 로봇주차의 1대 출차 시간을 2분이라고 가정하면 60대 이하로 주차 규모를 제한해야 한다. 가구 수가 많은 대단지 아파트엔 적합하지 않은 규제다.

최근 희망적인 소식이 들리고 있다. 로봇주차가 도심 과밀화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란 평가가 나오면서 제도 정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차량 방향을 바꿔주는 턴테이블(방향전환장치)의 움직임 시간은 기계식주차장 입출고 시간에서 제외됐다.

로봇주차의 편의성이 알려진다면 관련 규제 개선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갈수록 심화하는 서울 아파트 주차난을 해결한 뾰족한 대책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른 시일 내에 방콕 시민이 누리는 로봇주차를 서울 아파트에서도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