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트럼프 관세에 韓 철수 '오버랩'…1.1만명 직원 '불안'

韓 생산량 84% 미국 수출…관세 부과시 다시 적자 전환 우려
"올해 생산 목표 유지"…'10년 유지' 다가오며 철수설 재점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주최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비치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프라이오리티 서밋'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2.2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한국GM)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생산량의 84%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어 트럼프가 예고한 대로 관세가 부과된다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미국 수출 호조에 힘입어 흑자로 돌아섰지만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다시 적자에 허덕일 가능성이 높다. 1만1000여 명에 달하는 국내 근로자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GM이 과거 약속한 '10년 유지' 기간이 다가오면서 한국 시장 철수설이 다시 제기될 수 있다며 한국GM의 조속한 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美 수출 84%' 한국GM, 관세 부과시 다시 적자 수렁으로

2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자동차 등 관세를 한 달 뒤 혹은 그보다 빨리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날(18일) 기자들에게 자동차 관세율은 25% 정도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수입 자동차 관세율과 발표 시기 등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 업체인 현대차·기아는 물론 국내 생산 2위 업체인 한국GM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수출 비중과 경영 운신의 폭 등을 고려하면 한국GM의 위기감은 현대차·기아 이상이라는 분석이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신차 발표회. 2023.3.2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한국GM은 내수보다는 GM의 수출 기지다. 한국GM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49만9559대로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수출이 47만4735대로 전체의 95%를 차지했다.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8.5%인 41만8782대다. 전체 판매량의 83.8%가 미국으로 향한 셈이다.

국내 판매량은 2만4824대에 불과하다. 한 달 평균 2000여대 수준으로 수입차인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보다 적다. 내수 비중은 2020년에만 해도 22.5% 수준이었으나, 한국GM의 수출 기지화 전략으로 내수 비중은 지난해 5%까지 줄었다.

이 같은 극단적인 수출 전략은 트럼프 시대에 접어들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관세 25%가 부과되면 수출 경쟁력은 약화할 전망이다. 게다가 수출 차종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뷰익 엔비스타 등 2종으로 가격 경쟁력 약화는 곧 현지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수출 감소는 실적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은 수출 호조로 영업이익이 2022년 흑자 전환했고, 2023년에는 1조3501억 원을 기록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률적으로 25%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GM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가격 경쟁력이 악화해 동일 선상에 있을 것"이라며 "다만 그동안 쌓은 체력과 경영 전략 등을 고려하면 한국GM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명운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미시간주(州) 디트로이트에 자리한 제너럴모터스(GM) 본사 전경. 2021.03.16.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올해 생산 목표 변함없어"…과거 철수 추진 '오버랩', 1.1만명 직원 불안 고조

한국GM도 내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예고에 분주한 상황이다. 노사가 수시로 만나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GM 본사의 방침이 명확하게 세워지지 않아 뾰족한 수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시장 환경 및 정책 변화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우선 올해 생산 목표는 변화가 없다는 게 한국GM 내부 전언이다. GM 해외사업 부문 측은 한국GM에 트럼프 관세와 관련, 영향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한국GM의 생산 목표는 46만대다. 여전히 내수보다는 수출, 그중에서도 미국 대상이 대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관세 언급 당시 GM의 멕시코 생산 물량을 한국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관세 부과 대상이 광범위하게 확장되면서 없던 일이 됐다. 한국GM 노사는 2월 말 다시 만나 트럼프 관세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공식 폐쇄한 31일 전북 군산시 한국지엠 군산공장 정문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2018.5.31/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2018년 악몽' 고개, '10년 유지' 약속 지켜지나

트럼프 관세 폭탄 예고에 과거 GM의 국내 철수가 '오버랩'되면서 내부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GM은 2018년 글로벌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한국 사업장 철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국내 산업계와 정부의 지원으로 한국 사업장 축소로 그쳤다. 당시 정부는 한국GM에 공적자금 8100억 원을 투입했고, GM은 10년간 한국 사업장 유지를 약속했다.

업계에 따르면 GM의 한국 사업장 생산 계획은 내연기관 기준 부평공장은 2030년, 창원공장은 2023년까지다. 현재 GM은 한국 사업장을 생산 법인과 연구개발(R&D)을 전담하는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약속인 2027년이 다가오면서 철수설이 다시 나오는 상황에서 트럼프 관세까지 겹치니 어수선한 상황"이라며 "지난해 말 희망퇴직도 단행해 철수 가능성이 더 불거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 GM 본사와 소통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GM의 한국 철수 시 자동차 산업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서다. 현재 한국GM의 직원 수만 1만1000여명이며 1차 협력사만 276곳에 달한다. 2018년 군산 공장 폐쇄로 고용 효과는 30만에서 20만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