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칩스법' 국회 통과 가시권…재계 '반도체특별법'도 절실
[트럼프 관세]2월 국회 처리 유력…대규모 투자 삼성·SK 등 지원
반도체특별법 처리 난항…"정치권, 노조 설득해야" 목소리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금 혜택을 골자로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의 국회 통과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반도체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도 관세를 부과하려는 상황을 돌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세계 주요 국가가 자국의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반도체특별법도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전날(11일) 반도체 기업의 통합 투자 세액공제율을 현행보다 5%포인트(p) 높이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일명 K칩스법은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대한 세금을 깎아주고 세금 혜택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K칩스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반도체 기업의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대·중견기업은 20%, 중소기업은 30%로 각각 5%p씩 높아진다. 삼성전자가 핵심 거점으로 조성 중인 용인 기흥캠퍼스의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NRD-K'에는 2030년까지 20조원이 투입되는데 K칩스법이 적용되면 4조 원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상임위원회와 국회 본회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정치권에선 2월 국회에서 처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업계는 아직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K칩스법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았지만 논의가 중단됐던 경험 때문이다.
국회에서 K칩스법 처리가 급물살을 타게 된 배경에는 중국과 미국 등이 막대한 지원을 통해 한국 반도체 추격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를 관세 전쟁으로 내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업계에선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물론 지난해 메모리 수출액(720억 달러)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0.4%인 3억 달러 수준이기에 트럼프발(發) 관세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에서 관세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탓에 영향을 예측하기가 쉽지는 않다. 현재 반도체는 WTO 회원국 간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게다가 반도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6조 492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9.8% 증가했지만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의 경우 증권업계의 예상치인 3조 원대 영업이익에 못 미친 2조 9000억 원을 기록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이 기대만큼 증가하지 않았고 레거시(범용) 메모리 가격 약세, 파운드리 부문 적자 폭도 커지면서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가 대한민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우리나라 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여야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선 K칩스법뿐 아니라 반도체특별법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제 지원과 함께 근로 시간 규제 완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최소한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산업 직접 보조금, 대통령 직속 위원회 및 지원 조직 설치,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용수 관련 인허가 최소화, 인력 양성 지원 등을 골자로 한다.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 예외조항(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관건이다. 여야 정책위의장은 실무협의를 통해 접점을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노조의 반발이 워낙 거세기에 더불어민주당이 난감해 하고 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반도체특별법은 잘 되게 하는 법안이 아니라 죽을 것 같으니 살리기 위한 법"이라면서 "반도체 산업이 엄중한 상황이기에 정치권이 노조를 설득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법에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들어가야 한다"며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경제 사령탑을 지낸 원로들은 이날 대한상의 간담회에서 정치권이 갈등을 자제하고 민간, 정부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최우선 정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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