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직 새단장한 삼성전자…사활 걸린 HBM에 역량 쏟는다

대표이사 힘 실린 전영현 DS부문장, 메모리사업부 직할
HBM 대중 수출 규제로 美 시장 경쟁 심화…HBM개발팀 충원

삼성전자 전영현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2024.11.18/뉴스1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핵심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제고에 나선다.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영현 디바이스설루션(DS, 반도체) 부문장을 중심으로 차세대 HBM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일주일간 이어온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전날(4일) 매조졌다.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해 힘을 실었고, 메모리사업부장과 미래 반도체 기술 개발조직인 삼성종합기술원(SAIT) 원장을 겸임하도록 해 반도체 부활의 특명을 맡겼다.

또 DS 부문에 경영전략담당(사장)을 신설해 김용관 사업지원TF 부사장을 승진 발탁했다. 경영전략담당은 전 부회장을 직접 보좌하며 DS 부문 사업 전략을 세우고 지원하는 역할이다.

김 사장은 메모리사업부 지원팀장, DS부문 경영지원실 기획팀장을 거친 반도체 경영 전략·기획통으로 꼽혀 DS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상징적 인사로 풀이된다.

반도체 설계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모든 분야를 자체 운영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삼성전자에서도 핵심은 메모리다. 올해 3분기 DS 부문은 매출 29조2700억 원, 영업이익 3조8600억 원을 기록했는데, 메모리사업부에서만 매출 22조2700억 원을 올렸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와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 사업부는 적자가 지속되고, 메모리가 회사를 떠받치고 있지만 그마저도 HBM 개발에 뒤처지면서 최대 위기에 처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000660)가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3E)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면서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7조 300억 원)을 기록했으나, 삼성전자는 HBM3E 품질 검증에서 애를 먹고 있다.

HBM은 최근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범용 D램 공급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1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35달러로 전월 대비 20.59% 하락했다. 범용 제품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4는 물론 선단 제품인 DDR5 가격도 동반 하락했다. 메모리 양극화 심화 추세에서 HBM 경쟁력 확보는 실적 반등의 필수 요건이다.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가 발표한 대중국 HBM 수출 규제로 상황은 더 엄중해졌다. HBM 주요 고객사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이지만,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SK하이닉스보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아 수출 규제 영향에 더 노출돼 있다.

삼성전자 'HBM3E' 12단. (삼성전자 제공) ⓒ News1 강태우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국 시장에서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엔비디아와 '동맹' 수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품질 검증을 통과해도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결국 삼성전자로서는 HBM 자체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전 부회장이 전날 단행한 조직 개편도 이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신설된 DS 부문 내 차세대공정개발실은 개발팀으로 격하하고, 산하 2개팀 인력은 각각 HBM개발팀 등에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HBM개발팀은 전 부회장이 지난 7월 단행한 첫 조직 개편에서 신설된 조직으로, 고성능 D램 제품 설계 전문가인 손영수 부사장이 팀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DS부문 미주총괄(DSA)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한진만 부사장이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으로 승진하며 공석이 된 DSA 총괄에는 기존 DSA 담당 임원인 조상연 부사장이 내정됐다.

조 부사장은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 부장과 반도체연구소 SW센터장, 메모리솔루션 개발실 부사장 등을 지낸 메모리 전문가로 트럼프 2기 출범을 대비해 대응 전략을 짜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을 짓고 있지만 아직 '반도체와 과학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