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똥물' 악플에 쓰러진 생수 기업…"자유의 책임은 누가 지나요"
'표현의 자유' 기댄 허위·악성 댓글, 온·오프라인서 개인과 기업에 피해 양산
21대 국회 입법 논의 지지부진…22대 국회서 '인터넷 준 실명제' 등 입법 필요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2017년 여름, 제주 일부 양돈농가에서 축산 분뇨를 야산에 불법 투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빌미로 제주 소재 생수기업 A사에 대해 근거 없는 비방과 잘못된 루머가 퍼졌다. '돼지 똥물' 등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마치 불법 투기된 분뇨가 해당 생수에 직접 영향을 미칠 지경이라는 식의 근거 없는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불법으로 분뇨가 버려진 지역과 A사 취수원의 거리가 상당하다는 점사 A사의 수질 관리 과정이 공개되며 사태는 일단락됐으나, 해당 기업은 막대한 브랜드 이미지 손해를 입었다.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자극적인 표현과 과장을 당연시하는 '말의 공격'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애꿎은 개인과 기업을 좌절시킨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하면서도, 사실 왜곡과 혐오 표현 등으로 개인과 기업의 인격과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표현의 자유 폐해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공간에서 심각하다. 유명 연예인이 악성 댓글로 목숨을 끊는 일은, 잊을 만하면 우리를 경악시킨다. 기업도 근거 없는 악플로 브랜드 이미지와 경영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패션·뷰티 기업인 B사는 일부 소비자가 온라인상에 제품 유해 성분 이슈를 제기한 후 해당 제품과 회사를 비방하는 댓글이 무수히 달렸다. B사는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사과문을 올렸고,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이후 유해 성분 불검출 판정을 받았으나 유해하다는 낙인이 찍혀 사업 시작 8개월 만에 해당 브랜드를 폐업했다. 사명을 변경했지만, 유해한 애완견 사료를 만드는 기업이라는 악플이 여전히 꼬리표처럼 달리며 발목을 잡았다.
표현의 자유 폐해는 오프라인에서도 나타난다. 주요 대기업 사옥 인근에서는 연중 내내 시위대가 확성기를 이용해 극심한 소음 피해를 유발하고, 허위 사실과 혐오 표현으로 가득한 불법 현수막과 천막들로 시민의 일상과 기업 활동을 침해하고 있다. 지자체와 경찰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시위대의 민원과 시위 진압 과정의 불법 판결 가능성을 우려해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악성 댓글로 사회적 문제가 심화하면서 규제 강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으나,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에 법안 논의는 지지부진했고 21대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예정이다. 책임감을 가지고 댓글을 쓰자는 취지로 작성자 ID를 공개하는 '인터넷 준 실명제' 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우여곡절 끝에 소관 상임위 법안소위를 통과했으나, 3년 넘게 진전이 없다 29일 폐기 예정이다.
헌법 21조 1항과 22조 1항은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동시에 21조 4항은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리와 그에 따른 책무를 동시에 부과한다.
표현의 자유가 정당한 이유 없이 기업을 폐업으로 몰아가는 자유까지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불법·탈법 행위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며 "다가오는 22대 국회에서는 현실과 가상 공간에서 과도한 표현의 자유로 인해 침해를 받는 국민과 기업의 명예·권리 보호에 주목하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한 법령 개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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