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HBM 잘나간다는데"…D램 시장, 삼성이 펄펄 나는 이유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D램 점유율 45.7%로 상승…SK하이닉스와 격차 14%p로 확대
'캐시카우' D램 소진·2배 큰 캐파 효과…"HBM 시장 커지고 있어 올 상반기 다시 격차 줄 듯"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태우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지난해 4분기 D램 시장에서 7년 만에 최고 점유율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와의 점유율 격차는 14%p(포인트) 더 벌어졌다. 최근 차세대 D램으로 시장의 관심을 받는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 SK하이닉스(000660)가 앞서가고 있지만 아직은 HBM보다는 전통 D램의 비중과 역할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13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45.7%로 2016년 3분기(48.2%) 이후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31.7%(2위)였다.

매출 증가폭도 앞섰다. 삼성전자의 D램 매출은 지난해 3분기 52억 1300만 달러에서 4분기에 80억 달러로 53.5% 급증했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46억 3400만 달러에서 55억 5500만 달러로 늘었으나 19% 상승에 그쳤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보통 4분기는 모든 IT(정보기술) 업체들이 구매 할당량이 남아 있어 메모리 수요가 가장 높은 시기"라며 "그동안 시장침체를 겪으며 쌓였던 DDR, LPDDR, GDDR 등 전통적으로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메모리들이 연말 수요에 따라 소진되면서 삼성의 매출과 점유율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3E' (SK하이닉스 제공) ⓒ News1 강태우 기자

HBM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쌓아둘 제품이 없지만, 시장 회복과 맞물려 '반도체 한파'로 쌓였던 제품들이 대부분 팔려나가면서 삼성전자의 D램 매출 및 점유율이 크게 늘었다는 해석이다.

특히 점유율뿐 아니라 매출에서 더 큰 상승폭을 보인 것은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 비교해 절대적인 캐파가 더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D램 캐파가 SK하이닉스보다 1.5~2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HBM 시장 선두에 고무된 SK하이닉스가 HBM 캐파를 더 늘리면서 전통적 제품을 쌓아둘 여력이 부족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에는 다시 점유율 격차가 좁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HBM 시장이 지난해보다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두 자릿수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D램 시장에서 HBM 비중은 지난해 9%였지만 올해 18%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53%로 당분간 시장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뒤를 삼성전자(38%), 마이크론(9%)이 따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에 이미 주요 IT 업체들이 메모리를 구매했기 때문에 올 상반기엔 HBM을 제외한 메모리 제품의 수요는 떨어질 것"이라며 "반대로 HBM의 효과가 더욱 두드러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격차는 다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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