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늦는 낸드플래시…"온디바이스 AI에 기대"[메모리의 봄②]

삼성·SK하이닉스, D램 흑자전환…작년 낸드 적자 규모만 21조 추정
스마트폰 등에 '생성형 AI' 직접 탑재 확대되며 실적 개선 전망

삼성전자 8세대 V낸드. (삼성전자 제공) 2022.11.7/뉴스1

(서울=뉴스1) 강태우 기자 = 침체됐던 낸드 플래시 시장에 '온디바이스 AI'가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 그동안 낸드 적자로 속앓이를 해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올해부터는 점차 개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미 회복세를 보이는 D램과 달리 낸드의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SK하이닉스(000660)는 DDR5,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차세대 D램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D램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삼성전자(005930)도 작년 4분기 D램 흑자전환을 이뤘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낸드에서는 양사 모두 막대한 손실을 안고 있다. 이미 낸드는 판매가격보다 제조원가가 높아져 "팔수록 적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에 따라 낸드는 제조사들의 실적을 갉아먹는 애물단지가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낸드 부문 적자는 21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주로 PC, 노트북, 스마트폰과 기업용 SSD 등에 활용된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IT(정보기술) 기기 수요가 크게 줄고, 고객사들이 재고를 쌓아두면서 낸드 가격은 급락했다.

D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반면, 낸드에선 5강 체제로 경쟁이 더 치열하다는 점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낸드 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1.4%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 20.2% △웨스턴디지털 16.9% △키옥시아 14.5% △마이크론 12.5% 순이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업계에선 낸드 부문의 흑자 전환을 위해서는 '소비자 수요 심리 회복'과 '가격 반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늦어도 올 하반기엔 수요 심리가 회복된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주요 제조사들은 강도 높은 감산 기조를 유지해 오고 있다. 수요·공급 균형을 맞춰 가격 회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1년 가까이 이어진 감산 효과로 가격에 변화가 점차 나타나고 있다. 작년 11월 낸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4.09달러로, 9개월 만에 4달러대에 진입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20% 이상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미국 웨스턴디지털은 고객사에 가격 인상 계획을 전했다. 분기마다 가격이 오르면서 누적 인상폭이 55%에 달할 수 있다고 알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다른 제조사들도 판가 인상에 이미 나섰거나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마포구 삼성디지털프라자 홍대본점에서 시민들이 삼성전자의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3' 시리즈를 살펴보고 있다. 2023.2.1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낸드의 감산 효과, 수요 회복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조금씩 개선된다는 전망 속에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실적 개선의 기폭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온디바이스 AI를 적용한 PC·스마트폰은 인터넷 없이도 스스로 AI 연산·추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연산·추론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기기 내부에 상당한 데이터를 축적, 보관해 둬야 한다. 이 때문에 데이터를 보관하는 고용량 낸드는 온디바이스 AI의 필수품으로 꼽힌다.

이달 삼성전자가 내놓을 '갤럭시S24' 시리즈에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부분 제조업체들이 스마트폰에 AI를 직접 탑재할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4700만대 수준이었던 생성형 AI 스마트폰 출하량은 연평균 83%씩 증가해 오는 2027년에는 5억2200만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약 3년 뒤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생성형 AI 스마트폰 비중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낸드 수요 역시 급증해 시장 규모도 커질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올해 낸드 시장(매출기준)의 규모가 588억5100만달러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작년 2분기보다 43% 증가한 수치다. 오는 2025년에는 824억7600만달러로 관측된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한 기기들이 등장하면 그에 따라 플래시 메모리 수요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라며 "앞으로는 온디바이스 AI에 맞춰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커스터마이즈' 메모리에 대해서도 제조사들이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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