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보다 벌크선 먼저 일어선다…'적자 걱정' HMM의 '항로 변경'
벌크선 운임 BDI 한달만에 2000선 복귀…남미발 곡물수요에 안정세 전망
'2026년까지 55대' 벌크선 사업 힘주는 HMM…자동차운반 사업 재진출 가능성도
-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글로벌 해운업계의 불황이 본격화하며 생존 경쟁에 나선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이 벌크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주력인 컨테이너선뿐만 아니라 벌크선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컨테이너선과 달리 벌크선 운임이 먼저 회복세에 접어들어 이런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2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벌크선 운임을 지수화한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주 2102포인트(p)로 마감해 한달 만에 2000선에 복귀했다.
코로나19 이후 컨테이너선의 운임지수를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와 마찬가지로 불황을 겪던 BDI는 9월을 기점으로 겨울을 앞두고 연료와 곡물을 비축하려는 수요가 늘며 운임이 크게 반등했다. 가뭄으로 인해 파나마 운하의 통행량이 제한된다는 점도 북미의 곡물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에는 호재다.
현재는 컨테이너선의 HMM(011200)과 벌크선의 팬오션(028670)으로 대표 선사가 나뉘지만 과거 산업은행의 관리 체제 전 HMM은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의 비율을 6대 4 정도로 유지했다. 지난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대란에서 컨테이너선으로 선대를 집중한 HMM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며 순항했지만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는 이 같은 사업구조가 불리하다.
이에 지난해 HMM은 93%에 달하는 컨테이너선 중심 매출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2026년까지 벌크선을 55척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16척의 드라이벌크선과 17척의 탱커선을 보유하고 있는데 각각 30척, 25척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에는 벌크선 4척을 1조2800억원에 장기 대선하는 계약을 맺었다.
업계는 벌크선이 장기 운송계약에 주로 활용되기 때문에 불황기에 '효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벌크선은 곡물, 석탄 등 비포장 화물을 대량으로 싣는 드라이벌커부터 원유를 싣는 유조선, 자동차운반선 등 특수선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최근 발표한 '드라이벌커 시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수년간 시황 변동성을 증대했던 팬데믹, 전쟁 등의 영향이 대부분 해소돼 선대와 화물의 수급에 의해 시장 방향성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는 그간 운임을 좌우한 돌발 변수에서 벗어나 기존의 업계 사이클에 따라 시황이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은 올해 드라이벌커 선대가 전년 대비 2.9% 늘어나지만 2024년에는 2.2%, 2025년에는 1.0%로 성장세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올해 곡물 및 대두 물동량은 5억3000톤으로 전년에 비해 3%, 2024년에는 5억4000톤으로 2% 늘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적으로 해운업계는 운임이 강세를 띠면 신조 발주가 늘어 운임이 하락하고, 운임이 하락하면 폐선이 늘며 공급이 부족해지고 다시 운임이 오르며 신조를 발주하는 사이클을 반복한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부양책이 대량의 철강 소비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세계 최대의 철강 생산국인 중국은 원재료인 철광석의 주요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중국의 제철소들이 증산하게 되면 덩달아 철광석의 물동량도 늘게 된다.
해진공은 리포트에서 "중국 정부는 최근 수개월간 중국 내 17개 도시의 토지 거래가격 상한제를 해제했는데 이는 부동산 투자를 촉진해 궁극적으로 철근 수요를 증대시킬 것"이라며 "중국 당국이 추가 자금지원 대상 부동산 개발업체 50곳의 목록을 작성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지며 건설경기 회복 기대감이 확대됐다. 기존 프로젝트의 완공을 촉진해 건설용 철강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HMM이 약 20년 만에 자동차운반선을 발주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HMM은 지난 3월 중국 조선소에 자동차운반선 3척을 발주했다. 2000년대 초반 HMM은 외환위기로 인해 불황을 겪자 자동차운반선 사업부를 매각한 바 있다.
이번에 발주한 운반선은 HMM이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닌 현대글로비스(086280)와 대선 계약을 맺는다는 점에서 HMM이 사업에 재진출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업계는 전초전의 성격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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