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으로 내려온 승무원들…그들이 말하는 하늘과 땅[금준혁의 온에어]
에어서울 서민지 대리, 김유영·이예송 사원…코로나19로 비행 줄어 승무원→일반직 전환
"같은 회사지만 완전히 다른 직업…위기 아닌 기회로 만들고 싶었다"
- 금준혁 기자,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장수영 기자 = "어떻게 항공사가 비행기를 한달이나 안 띄워요. 그게 말이 되나요."
승무원이었던 서민지 대리가 코로나19를 접하고 처음으로 들었던 생각이다. 지난 3년은 혹독했고 예외는 없었다. 순환 휴직이 시작된 2020년에는 일한 기간이 넉 달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일정치 않았다. 한정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그러나 모든 승무원이 하늘에서만 길을 찾았던 것은 아니다. 수백대 일에 달한 경쟁률을 뚫고 이룬 꿈, 과감하게 내려놓고 기회를 만든 이들도 있다.
◇일반직 전환하면 승무원 복귀 불가…"처음엔 가족도 반대"
지난 5월24일 에어서울 안전본부에서 서민지 대리, 김유영 사원, 이예송 사원을 만났다.
일반직으로 전환하게 되면 승무원으로 복귀할 수 없기 때문에 승무원으로서의 커리어가 사실상 중단된다. 게다가 현장에서 근무하는 승무원과 회사 건물에서 일하는 일반직은 같은 업계라도 완전히 다른 직업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더라도 자발적으로 내려놓는다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직업 특성상 오랜 기간 승무원의 꿈 하나만을 바라보고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서민지 대리는 2018년에 입사한 승무원 선배지만 직군 전환 시기는 2022년 12월로 두 사람보다 늦었다. 다른 직업을 가져도 된다는 확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비행이 너무 즐겁고 코로나19가 풀리면 다시 하고 싶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어서 처음 공고가 나왔을 때는 기다렸다"며 "코로나 이후 이 일을 그만둬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했고 아쉬움을 다 채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전환했다"고 했다.
이예송 사원과 김유영 사원은 코로나19 유행이 절정에 달했던 시절 일반직으로 전환했다. 이 사원이 2021년 12월 처음으로 전환했고 석 달 후인 2022년 1월 김 사원이 뒤를 따랐다.
이 사원도 "코로나 직전 기수여서 비행을 많이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다"며 "부모님도 반대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직전인 2019년 11월 에어서울이 마지막으로 뽑은 비운의 기수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19명의 동기 중 둘을 포함한 5명이 직군을 전환했다.
◇새로운 가능성 찾은 휴직 기간…"승무원의 현장감, 가장 큰 무기"
그럼에도 코로나19를 마냥 탓하지만은 않았다. 쉬었던 기간이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고 삶에 대한 시야를 넓힌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김 사원은 "휴직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쉬기만 한 게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자격증도 따면서 다양한 것을 시도해봤다"며 "승무원에 국한되지 않고 더 많은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원하는 직군이 나와 후회 없이 지원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산업공학과라는 독특한 이력과 현장에 익숙한 승무원의 경험을 살려 항공기 스케줄러로 근무하고 있다. 어느 노선에 취항하고 항공기를 배치해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지 데이터를 분석해 계획을 세우고 운항 허가를 받는 업무다.
승무원으로서의 현장감은 기존 일반직 직원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비행기와 승객을 잇는 '보딩 브릿지(탑승교)' 같은 역할을 계속해서 맡고 싶다는 목표도 있다.
마케팅팀에서 근무하는 이 사원도 최근 에어서울 앱에 표시되는 모바일 항공권의 글씨 크기를 키울 것을 건의했다. 사소한 디테일이지만 승무원으로서 탑승권 검사에 어려움이 있었던 경험이 반영된 것이다.
승무원 경험은 업무에서뿐만 아니라 이들의 삶에도 스며들어 있다. 서 대리는 "저는 웃는 게 어색한 사람이었는데 승객들이 맨날 웃고 있는 걸 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사람이 된 것 같다"며 "(저처럼) 승무원을 해봤다면 일반직 전환을 추천하겠지만 승무원은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은 해보면 좋은 직업"이라고 웃었다.
서 대리의 도야마, 김 사원은 선배들에게 많이 혼났던 다낭, 그리고 깜짝 파티를 받은 이 사원의 오사카. 첫 비행의 추억을 나누는 세 사람은 웃음이 터졌다. 비행기에 탑승하면 승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기분 좋은 웃음이었다.
rma1921k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편집자주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오가는 공항, 하루하루가 생방송입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비행기와 승객입니다. 이 수많은 '설렘'들을 무사히 실어나르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항공사와 공항의 온갖 조연들이 움직입니다. 이들에게서 듣는 하늘 이야기, '온에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