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한파'에 4분기 기업 실적 쇼크 도미노…"하반기는 돼야 반등 기대"
LG디스플레이·SK하이닉스 '4분기 적자'…수출 5.8% 감소
1분기도 침체…中코로나 진정 기대 등 하반기 반등 가능성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지난해 4분기 기업들이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자동차와 배터리 등 일부 업종을 빼고는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반도체는 시황이 급락하면서 적자 우려가 커졌고 가전도 재고가 쌓였다.
관건은 경기 침체가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다. 기업들은 올 1분기까지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지만 하반기에는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만약 끝이 안 보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면 급반등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세가 상반기중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상저하고' 예측에 한몫한다.
◇ "실적 보기 무섭다"…4분기 적자 기업도
한국 대표 기업은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69% 줄어든 4조3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분기 기준 4조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 만이다.
지난 27일 공시한 LG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90.7% 급감한 693억원이었다. 연결 기준 자회사 LG이노텍을 빼면 104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기전자 부품사도 상황이 안 좋긴 마찬가지다. 삼성전기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01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8% 줄었고, LG이노텍의 경우 60.4% 감소한 1700억원로 집계됐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87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SK하이닉스는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대규모 적자 가능성이 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영업손실 1조720억원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한 데다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스마트폰·가전·TV·PC 등 전자제품 소비가 줄어든 것이 직격탄이 됐다. 전자제품 소비 감소가 핵심부품인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디스플레이와 다른 부품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다.
다른 기업도 상황이 좋지 못하다. 포스코홀딩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6.7% 감소한 4조9000억원이다. 냉천 범람에 따른 생산·판매량 감소, 일회성 복구 비용 발생, 화물연대 파업 등이 복합적으로 겹쳐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 업계도 실적부진이 예고됐. 주력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차이)가 손익분기점 300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수요 회복 속도도 예상보다 더디다.
이러다 보니 지난해 4분기 수출은 반도체·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5.8% 감소했다. 수출 감소 폭은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2분기(-14.5%)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컸다.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0.4%에 그쳤다.
황상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4분기 우리 경제는 주요국과 IT 경기 부진이 심화되면서 수출이 큰 폭 감소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활동 정상화 과정에서 성장을 견인한 민간 소비가 약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자동차와 배터리 업체들이 선방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2% 늘어난 38조5236억원, 영업이익은 119.6% 증가한 3조359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아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123.3% 늘어난 2조6243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34.8% 증가한 23조1641억원이다. 고수익 차량 판매가 늘고, 고환율 효과가 이어진 덕이다.
배터리도 실적 성장을 이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의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3% 늘어난 8조5735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규모다. 영업이익은 213.6% 증가한 2374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로 소비 수요가 줄면서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4분기 실적이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 올 1분기 실적 기대 어려워…하반기 개선 '기대'
올해 1분기도 실적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 한국은행이 지난 27일 발표한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모든 산업의 업황 실적 BSI는 69로 전월(74)보다 5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 2차 대유행이 있었던 2020년 9월(64) 이후 2년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자 5개월 연속 내림세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지수화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우세하면 100을 밑돌게 된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올해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통신(IT) 박람회 'CES 2023'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1분기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앞서 콘퍼런스콜을 진행한 삼성전기 역시 "1분기 IT 수요 약세 및 고객사 재고조정 영향이 지속되고 있어 매출은 전분기 대비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올해 지정학적 리스크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긴축 재정 등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고 스마트폰·PC 등 IT 세트의 수요 회복은 아직 전망이 불투명해 보이는 등 사업 환경은 전반적으로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다만 1분기 또는 2분기가 바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른 상황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면 분위기가 급반전될 수 있다. 특히 전쟁 종료는 유럽 소비 심리를 되살릴 수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세가 상반기에 정점을 찍고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하반기 반등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한종희 부회장은 "복합적인 상황에서 (경기가) 언제부터 좋아진다고 정확하게 짚을 수는 없다"면서도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도 CES 2023에서 "물류비 등을 비롯한 비용적인 여러 가지 악재들이 (지난해) 4분기 들어오고, 올해 시작하며 상당히 해소가 많이 되고 있다"며 "1분기부터 숨을 돌리고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코로나19 이후 극심한 물류난으로 지난해 1월 5109.60까지 치솟았지만 지난 20일에는 1029.75로 하락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 27일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 발생한 물류비 효율항목이 올해 정상화될 것"이라며 "팬데믹 이전에 근접하는 수준에 원가구조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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