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수요위축에 '시름'…에틸렌-나프타 가격차 100달러마저 위협

전쟁 장기화·中봉쇄 여파로 스프레드 톤당 111달러…"손익분기점 300달러"
"수요 회복 당분간 어려워…가동률 낮추고 신규 고객 확보에 역점"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석유화학사 주요 제품인 에틸렌의 수익성 지표인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 차이)가 손익 분기점인 톤당 300달러에 크게 못미치는 100달러마저 위협받고 있다.

전쟁 장기화와 중국 재봉쇄 정책에 따른 수요 위축과 글로벌 공급 과잉 등이 에틸렌 가격 하락세를 이끌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사의 실적 회복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나프타와 에틸렌의 톤당 가격은 각각 819달러와 930달러다. 두 제품의 가격 차이는 111달러에 불과하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은 나프타 열분해(NCC·Naphtha Cracking Center) 과정을 통해 얻는 기초유분이다. 플라스틱·비닐·건축자재·접착제·페인트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NCC를 통해 생산하는 기초유분 중 가장 많은 약 31%를 차지하는 만큼 에틸렌 스프레드는 석유화학사의 수익성을 가르는 핵심 지표다.

에틸렌의 수익성 스프레드 기준점은 톤당 300∼350달러다. 지난 1월 200달러선에서 4월 472달러로 반짝 반등하기도 했으나 다시 111달러까지 미끄러졌다. 에틸렌 시세는 4월초(1360달러)와 비교해 32% 떨어졌다. 같은 기간 나프타 가격은 8% 하락에 그쳤다.

에틸렌의 시세 하락은 수요 위축에 공급과잉이 맞물린 결과다. 올해초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봉쇄 정책으로 수요는 급격히 줄었다. 특히 중국은 석유화학의 세계 최대 소비국이자 국내 기업의 1순위 수출국이다. 올해 글로벌 에틸렌 증설 추정 물량 1294만톤도 시세 반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NCC를 보유한 국내 석유화학사의 실적 부진은 스프레드가 300달러를 밑돌았던 지난 1분기(1∼3월)부터 시작됐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합작사 여천NCC는 62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원가(1조7125억원)가 매출 1조6618억원을 앞질렀다. 지난해 영업이익 3871억원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롯데케미칼의 올레핀 부문도 1분기에만 380억원의 적자를 냈다.

증권업계는 단기간 수요 회복은 어렵다고 예상했다. 고유가·고금리·고환율이란 복합 위기가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서다. 하이투자증권은 "석유화학 주요 제품 스프레드는 중국 봉쇄조치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축소됐다"며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확대 속에 신규물량 유입도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들은 NCC 가동률을 조정해 생산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영업손실 최소화에 나섰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NCC 가동률을 10∼20%p 낮춰 대응 중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재봉쇄 정책이 다시 등장하면 수요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기초유분을 판매할 고객사의 추가 확보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