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쓰나미] 기업 3곳중 2곳 실적 무더기 하향…'원가 전가 전쟁'
상장사 92곳 중 59곳, 영업이익 3개월새 2.5조 뚝…건설·車·화학·조선 전방위 위기
삼성·LG電 1분기 역대 최대 실적…"프리미엄 경쟁력 확고하면 판가 전가 가능"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 글로벌 물류난 여파로 국내 상장 기업 3곳 중 2곳 꼴로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3개월 전과 비교해 무더기 하향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코로나19발(發) 공급망 혼란이 장기화되면 물가 급등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넘어 경기 침체까지 밀려오는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국내 상장사 92곳 중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가 하향 조정된 기업은 총 59곳으로 나타났다. 대략 70%에 달하는 기업들이 배럴당 100달러대로 치솟은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폭등과 물류비 급등에 악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59개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 합계는 지난 12월 말 기준 17조8938억원에서 지난 7일 기준 15조4214억원으로 3개월사이 2조4724억원(-13.8%) 감소했다.
피해 업종도 광범위하다. 건물 구축시 철근·시멘트 등이 필수인 건설 업종이 대표적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22.9%)·DL이앤씨(-15.3%)·GS건설(-12.0%)·대우건설(-10.4%)·현대건설(-8.8%) 등 건설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무더기로 낮춰졌다. 시멘트 업체 쌍용C&E(-36.5%)의 컨센서스도 대폭 하향 조정됐다.
철강 가격과 물류비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자동차 업종도 충격을 받고 있다.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036억원(-10.9%) 떨어졌다. 원가 상승분을 완성차 업체에 100% 전가하기 어려운 자동차부품 업종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매출 비중이 높은 한온시스템(-52.2%)·만도(-25.3%)는 물론 올해 들어 물류비 부담이 커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41.2%)·현대모비스(-8.4%) 등의 컨센서스가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특히 지난 2월24일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더욱 치솟은 이후 기업들의 실적 하향세는 한층 뚜렷해졌다. 석유화학 업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한국은 플라스틱 등의 원료인 나프타를 2900만톤 수입했는데 이 중 러시아산(産)이 667만톤(23%)으로 가장 많았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나프타 원가 상승에다 전쟁으로 러시아산 나프타 수급 불안까지 겹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 2월 말 이후 한 달만에 효성화학(-50.9%)·롯데케미칼(-24.0%)·한화솔루션(-8.9%) 등 화학 기업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대폭 하향 조정됐다.
러시아 금융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3월8일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 국가'로 지정하고 러시아 기업이 외화 채무를 루블화로 상환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국내 조선사는 원자재인 철강 가격 급등으로 이미 곤란한 상황이었는데, 달러·유로 대신 폭락한 루블화로 대금을 받으면 대규모 환차손을 볼 수 있다. 이런 우려로 현대미포조선(-38.0%)은 지난 2월 말 이후 한 달만에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크게 낮춰졌으며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148억원)·한국조선해양(-120억원)의 적자 추정치도 확대됐다.
재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 피해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될 것으로 우려한다.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불러오고 이는 구매력 감소와 수요 감소로 이어지면서 1970년대 '오일 쇼크'처럼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주요국이 금리 인상을 가속화할 경우 세계 경제의 수요 부진을 불러와 수출이 주력인 국내 기업의 실적이 한층 악화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7일 발간한 경제동향 4월호를 통해 "최근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기업 심리가 크게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들어 선전하고 있는 이른바 '어닝서프라이즈' 기업들도 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매출액은 77조원으로 역대 분기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잠정 영업이익도 14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말 컨센서스보다도 1조4000억원 웃돌았다.
LG전자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역대 분기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잠정 매출액은 21조원으로 2분기 연속 20조원대를 이어갔고 잠정 영업이익은 1조8801억원으로 컨센서스보다 4856억원 많았다.
이들 기업의 예상밖 실적 호조세는 외부 환경 변화가 사업에 일정 부분 악영향을 미칠 순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 주력 사업의 경쟁력이 유지된다면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1분기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TV가 선전하면서 성과를 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인플레이션 영향이 불가피하지만 확고한 프리미엄 경쟁력이 있다면 판가에 전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