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쓰나미] 제품價 인상 '도미노'…결국 피해는 국민

고유가·원자재값 급등에 車 가전 등 내구재 가격 인상 잇따라
물가상승률 10년만에 4%…곡물값 급등에 식품·외식물가도↑

2022.4.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국내 기업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 글로벌 공급망 혼란으로 다중고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자재값 상승은 철강재, 시멘트 등 제조업 현장의 필수품 가격에 반영되면서 기업엔 원가 부담이 가중됐고, 늘어난 비용 탓에 소비자 제품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나비 효과', '도미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달에만 특별한 성능개선 없이 자동차 가격을 두 번이나 올리면서 일종의 '카플레이션'(Car+Inflation, 자동차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 현실화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4% 벽을 넘어서는 등 '물가 충격'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이같은 인플레이션 추세가 장기화돼 전 산업으로 확산되면 소비자가격이 전방위로 올라 국민 부담이 가중되고 결국 소비가 위축돼 경제를 둔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한달새 車가격 두번 인상한 테슬라…TV 가격도 올라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달 11일 모델3와 모델Y 가격을 100만~200만원 인상했다. 같은달 15일엔 모델3 롱레인지는 350만원, 모델Y 롱레인지는 310만원 올렸다. 지난해 2월 출시 당시 6999만원이던 모델Y 가격은 8499만원으로 21.4%나 상승했다.

현대자동차의 2021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한국에서 판매한 승용차의 평균 가격은 4759만원이었다. 1년 전의 4183만원보다 13.8% 오른 수치다.

자동차 평균 가격이 급등한 건 프리미엄 차량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있지만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점도 원인 중 하나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니켈 가격은 지난 7일 톤(t)당 3만3500달러(영국 런던금속거래소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기간(1만6681달러)보다 약 2배 폭등한 것이다. 여기에 제철용 원료탄과 철광석 등 철강제품 생산에 쓰이는 원자재 가격도 오르면서 자동차 강판 등의 추가 가격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일부 옵션을 제외하더라도 차를 올해 안으로 빨리 사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전자제품 상황도 비슷하다. 대형 전자제품은 해상 물류를 이용하는데, 코로나19 이후 일어난 글로벌 물류난과 상반기 유가 상승이 소비자 가격을 올리는 주된 요인이 됐다.

각 회사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TV 평균 판매 가격은 전년 대비 약 32% 상승했고 LG전자의 TV 평균 판매가도 26.4% 올랐다. TV를 포함한 전자제품 가격은 신제품 출시 이후 기존 재고를 할인 행사로 밀어내면서 통상 평균 가격은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같은 고공행진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유가 급등에 따른 충격은 항공 등 운임료 상승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멈췄던 국제선 비행기 운항도 조금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항공료 인상의 부담까지 떠안게 된 상황이다.

항공·해운 업종은 영업비용 중 상당 부분을 연료비가 차지한다. 시차를 두고 결국엔 운임 상승분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 'I의 공포' 물가상승률 10년만에 4%…결국 서민 호주머니 부담

정부가 내놓은 수치상으로도 'I의 공포'(인플레이션 공포)는 현실이 됐다.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 올랐다.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품목별로 보면 등유가 47.1%, 경유 37.9%, 휘발유는 27.4%로 상승폭이 컸고 먹거리 가격도 크게 올랐다.

국제 밀 가격 상승으로 빵 가격이 9.0% 올랐고 생선회는 10.0%, 치킨도 8.3% 상승했다. 닭고기, 밀가루 등 수입 식자재 가격이 오르며 외식 물가도 6.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 물가 상승률도 1998년 4월(7.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물가가 안정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글로벌 전개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당분간 물가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걸 반길 수는 없지만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도 현실"이라며 "글로벌 불확실성이 제거된 이후에야 전망을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2022.3.3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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