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133조 투자"…정부에 화답한 삼성
중소팹리스 생태계 위해 설계자산 등 지원, 인프라 개방
文대통령 비메모리 육성 지시에 정부도 제조업 전략 발표
- 장은지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세계 1위 반도체기업인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2030년까지 투자금액만 133조원, 직접고용만 1만5000명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24일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은 2010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20년을 목표로 태양전지·자동차용 전지·LED(발광다이오드)·바이오·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사업' 비전을 내놓은 지 9년 만에 나온 초대형 플랜이다. 비메모리반도체는 인공지능(AI)과 5G 통신, 바이오와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미래성장동력으로 꼽힌다.
이번 투자계획 발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고 나선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방침에 발맞추는 의미도 상당하다. 청와대는 이를 두고 "국가경쟁력 차원의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약 20%를 차지한다. '반도체 착시현상'이라는 말도 여기에서 나왔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의 기형적 경제구조상 최근과 같은 메모리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국가 경제 전반이 휘청이는 것이 문제였다. 정부의 비메모리반도체 육성 의지에는 이같은 허약체질을 개선해 보자는 뜻이 담겼다. 비메모리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보다 시장이 2배 이상 크고 성장잠재력이 높다. 시황에 가격변동성이 큰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4차산업혁명에 따른 수요 폭발로 안정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힌다. 다만,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 특성상 수십조단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비메모리반도체 산업 육성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할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2위인 SK하이닉스조차 비메모리반도체에서는 역량이 부족해 영향력이 매우 미미할 정도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대책은 삼성전자와 손을 잡아야만 가능했다. 이번 삼성의 비메모리반도체 투자 발표가 삼성전자와 정부의 민관협력 프로젝트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시장에서 봐도 미국 퀄컴 등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전문)기업과 파운드리업계의 독보적 세계 1위인 대만 TSMC에 맞서 어깨를 겨뤄볼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팹리스(Fabless)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팹(Fab)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설계와 기술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일컫는다. 팹리스로부터 주문 의뢰를 받아 팹에서 생산만 담당하는 업체는 '파운드리(Foundry)'라고 부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설계와 위탁생산을 모두 하는 세계 1위 종합반도체기업이다.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부터 이미지센서, 5G 모뎀칩 등을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하는 기업은 삼성이 유일하다.
삼성전자 DS부문의 반도체 사업 매출에서 메모리 외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에 그친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분야 경쟁력을 높여 메모리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쉽진 않지만, 대규모 투자를 계속해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이재용 부회장의 비전이다.
청와대도 25일 김수현 정책실장이 직접 비메모리반도체와 바이오 등을 아우르는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에 대해 발표한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이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 메모리 반도체 편중현상을 완화하는 방안도 신속히 내놔주시기 바란다"고 지시한 데 따른 행보다.
삼성전자가 투자계획뿐 아니라 국내 중소 팹리스의 지원대책을 내놓은 것도 정부가 발표한 국내 팹리스 육성대책에 화답하는 차원이다. 우리나라 팹리스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1% 수준으로 반도체에 늦게 뛰어든 중국(13%)에도 한참 못미친다. 이에 정부는 국내 팹리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성장잠재력이 높은 팹리스 업체를 추려 키울 계획이다. 정부의 바람대로 중소 팹리스의 성장이 가능하려면 삼성전자의 대규모 인프라와 설계자산을 활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이에 삼성전자는 국내 중소 팹리스 고객들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개발기간도 단축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IP, 아날로그 IP, 시큐리티(Security) IP 등 삼성전자가 개발한IP(Intellectual Property, 설계자산)를 호혜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중소 업체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 기준을 완화해 국내 중소 팹리스업체의 소량제품 생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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