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22초만에 50층 도착' 초고속 엘리베이터 타보니…

2010년 개발된 세계 최고속 '분속 1080m' 승강기…최신 기술 집약된 테스트타워

경기도 이천에 있는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아산타워´ 전경 (현대엘리베이터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엘리베이터는 이제 단순히 사람이나 사물을 옮기는 수단이 아닙니다. 엘리베이터없는 건물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생활의 일부가 됐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엘리베이터도 점점 빠르고 스마트하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이천 현대아산타워에 설치된 세계 최고속 엘리베이터 '디 엘 1080'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승강기 모습이었다. 내부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일반 엘리베이터처럼 현재 머무르고 있는 층수가 나타난다. 그 밑에는 작은 숫자로 승강기의 이동속도가 뜬다. '640Mpm'. 1분에 640m를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10원짜리 동전이 놓여있다. 함께 탑승한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동전을 세워놓아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정숙한 운행이 가능하다"며 10원을 세웠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뒤에 205m 높이의 현대아산타워 꼭대기 50층에 불과 22초만에 도착했다. 동전은 넘어지지 않았다.

지난 3일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승강기를 타기 위해 이천에 위치한 현대아산타워를 방문했다. 1분에 1080m를 이동하는 초고속 엘리베이터 '디 엘 1080'을 타고 있자니, 마치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외제차와 탄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동하지만 모터로 인해 발생되는 진동이나 와이어 소음 등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귀만 잠깐 멍해졌을 뿐이다.

실제로 디 엘1080은 자동차처럼 서서히 속력을 높이며 운행하다가 일정구간에서 최고속도로 움직인다. 그러다가 이용자가 원하는 층수에 다다르면 천천히 속도를 낮추면서 급감속으로 인한 진동이나 충격을 막아준다. 30층부터는 50층까지는 속도를 올리지 않는 감속구간인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2010년 개발해 아산타워에 설치한 세계 최고속 엘리베이터 '디 엘1080'. 이 엘리베이터의 공인 속도는 분속 1080m다.(현대엘리베이터 제공) ⓒ News1

이같이 빠른 속도 구현의 핵심은 초고속 모터 덕분이다. '디 엘 1080'에는 일반 상업용 엘리베이터에 적용되는 모터가 3개 결합된 9상 모터가 탑재돼 있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 5mm 정도 미세하게 내부로 밀려들어오는 도어시스템이 소음과 바람을 차단해준다.

좁은 승강로를 빠르게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진동은 능동형 횡진동 제어장치가 막아준다. 이는 현대엘리베이터가 개발한 자체기술 중 좁은 승강로에서 강풍으로 승강기가 진동할 때 이에 맞춰 좌우로 움직이며 수평을 맞춰 외부 충격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다.

◇원하는 층수 직접 쓰는 '펜방식'부터 버튼 안누르는 '동작인식'까지

2009년 준공된 현대아산타워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최신 제품과 이색적인 기술 등이 집약돼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테스트 타워다. 1986년 준공된 65m 높이의 제1테스트 타워도 여전히 가동 중이다. 아산타워 1층에 마련된 신제품 승강기 체험존에서는 상상만 해오던 온갖 최신 기술이 구현돼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핸드라이팅 인풋 시스템이었다. 기존에 승강기 내부에 설치된 층별 버튼을 터치스크린 하나로 집약해 가고자 하는 층수를 손으로 그리는 방식이다. 터치 인식률은 99%에 가까웠다. 10층 이상의 두자리 층수도 쉽게 인식해냈다. 30층 이상 고층건물의 승강기에서 각 층마다 버튼을 일일이 마련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그 옆에는 텐키시스템이 적용된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텐키시스템은 0부터 9까지 10개의 숫자로만 구성된 층 안내방식이다. 휴대폰 키패드와 똑같이 생겼으며 본인이 가고자 하는 층수의 숫자만 누르면 된다. 지하층일 때는 알파벳B를 누른 뒤에 숫자를 누르면 되고, 실수로 잘못 눌렀을 때 삭제할 수 있는 취소 버튼도 있다. 엘리베이터 내부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개발한 핸드라이팅 인풋 시스템. 버튼을 누르지 않고 터치스크린에 목적 층수를 그리면 움직이는 방식이다.(현대엘리베이터 제공) ⓒ News1

터치리스(Touchless) 버튼 시스템도 획기적이었다. 밖으로 돌출돼 있지 않고 안으로 움푹 패인 버튼에 손가락을 갖다대면 동작센서가 이를 인색해 버튼이 작동되는 시스템이다. 또 손을 대지 않고 발의 움직임을 동작센서가 인식해 승강기를 작동시키는 풋버튼 시스템도 있다. 양손에 짐을 들고 있어서 손으로 버튼을 누르기 힘들 때, 발을 움직여서 편리하게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이젠 승강기도 직장이나 가정에서 이동 중에 잠시 머무르는 공간이 아닌 생활의 일부가 됐다"면서 "탑승객이 보다 편리하게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각종 스마트한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31살'된 현대엘리베이터, 토종 승강기 기업으로 '우뚝'

지난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현대엘리베이터는 사상 최대인 연매출 1조3056억원을 기록, 굴지의 토종 승강기 기업으로 성장했다. 오티스, 티센크루프, 미쓰비시 등 글로벌 기업들이 주름잡고 있는 승강기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독자 기술을 확보하면서부터 승승장구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07년 국내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선 뒤 8년째 왕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점유율은 44.5%다. 2010년에는 세계 최고속 엘리베이터를 개발할 수준의 기술력도 갖추게 됐다. 현재는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분속 1200m 승강기를 개발 중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술력을 인정하고 아산타워를 방문하는 중국과 중동 관계자들도 많다고 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많을 때는 1주일에 5팀 이상 해외 바이어들이 방문해 승강기를 직접 체험해보고 공장을 둘러본다"면서 "늘어나는 주문 물량으로 생산라인도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도 국내 중견 물류업체 관계자들이 아산타워를 둘러보고 있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요 매출원은 승강기 부문이지만 무빙워크와 에스컬레이터, 물류자동화시스템, 주차타워 등 무빙시스템이 적용되는 모든 분야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인천지하철 1~2호선에 설치된 승강장 스크린도어도 현대엘리베이터의 제품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내년부터 해외시장 진출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현재 브라질, 중국 상하이에 생산기지를 갖추고 있는 현대는 올 하반기에 상하이 제2공장을 착공, 2017년까지 중국에서 연 2만대 생산물량을 확보해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은 연간 신규 설치 수요가 50만대를 넘는 세계 최대 시장"이라며 "국내 수익기반을 탄탄히 하고 해외시장 확대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상하이 칭푸구에 위치한 현대엘리베이터의 제1공장.(현대엘리베이터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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