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애업고 채용박람회 찾은 아줌마들 "쉽지않네요"

2일 코엑스서 열린 '2014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 가보니

구직자들이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에서 채용공고를 살피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이번 박람회는 기업과 공공기관 등 90여 곳이 참여해 3100여 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2014.7.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서송희 기자 = "회사가 좋다고 일자리도 좋다고 할 수는 없어요. '알바'를 듣기 좋은 말로 바꾼 수준이에요.""아이 키우면서 일하기는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 주최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일 하루동안 열린 '2014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를 가보니 일자리를 찾으려는 '아줌마'들로 채용전시장은 북적거렸다. 현대·기아차, 롯데, CJ, 한진 금호 등 9개그룹 계열사 54개사와 공공기관, 중소기업 등이 시간제 일자리를 내걸로 3100명을 고용할 예정이어서 그런지 이날 박람회장에는 3000명이 훨씬 넘는 구직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는 '일가(家)양득'이란 주제로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일을 하다가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주요 대상으로 한만큼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 대다수는 '아줌마'들이었다. 아기를 안고 일자리를 둘러보거나 남편과 함께 일자리를 찾는 등 다른 채용박람회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러나 만족할만한 일자리 찾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월급은 100만원 이하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하루 4시간 근무조건에 월급 100만원을 내걸었다. 연봉으로 따지면 1200만원 수준이다. 물론 보너스가 뒤따르긴 하지만 대기업 근무경험이 있는 구직자들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한 듯 보였다. 또 대기업들은 대기업 근무경험이 있는 사람을 우대하거나 자격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실망하고 돌아가는 아줌마도 적지않았다. 대기업 부스에서 취업상담을 하고 나온 한 참가자는 "대기업은 괜히 대기업이 아니다"라며 "괜찮은 자리는 1명 뽑는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구직자들이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에서 구직표를 작성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이번 박람회는 기업과 공공기관 등 90여 곳이 참여해 3100여 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2014.7.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인기가 많은 부스는 롯데시네마와 스타벅스였다. 롯데시네마는 서울시 곳곳에 위치한 영화관으로 출근하면 되기 때문에 구직자들이 집에서 가까운 곳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한 참가자는 "하루 4시간만 일하지만 출퇴근 시간까지 생각하면 하루가 다 날아가는 셈인데 직장이 집과 가까우면 훨씬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로 시간선택제 일자리 구직자들은 직장 위치를 중요한 요건으로 꼽는 경우가 많았다.

스타벅스는 경력이 없어도 바리스타 교육을 시켜주면서 일할 수 있도록 마련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스타벅스의 경우 한달에 80만~90만원을 받고 한달을 꽉 채워 일할 경우 6만5000원을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었다. 까다로운 대기업 요건에 실망한 구직자들이 희망을 걸고 관심을 보였다.

대기업들이 제시한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양질의 업무가 주어지지 않은 것은 한계로 지적됐다. 출산으로 2008년 이후 일자리를 갖지 않은 한 여성은 "회사가 좋다고 좋은 일자리라고 할 수 없다"며 "대부분 '알바(아르바이트)' 수준의 일밖에 없어서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를 돌보면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좋은 일자리'가 아니더라도 어쩔 수 없다"며 웃었다.

역으로 구인기업들은 원하는 인재를 구하기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삼성은 일찌감치 경력단절 기준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시켰다. 현대차나 CJ 등 대기업들도 경력 단절 기간을 1년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상태였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원하는 인재가 나타난다면 경력 단절 기간이 1년이 안되더라도 채용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박람회 곳곳에선 구직난을 증명하듯 젊은 남성들도 눈에 띄었다. 도매업에 종사했다는 박지호씨(32)는 "구직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시간선택제 일자리라도 얻으면 하는 바람에 박람회를 찾았다"고 말했다.

song6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