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최악' 현대車…노사갈등 악순환 끊을 해법 없나

[노동리스크 해법없나②]노조, 임금 올리고 근로시간 줄이고
통상임금 확대 및 정년연장 요구…전환배치 등은 외면
극단적 갈등 확산, 매년 조단위 손실…결국 해외 공장 이전

편집자주 ...현대자동차 노조는 몇 남지 않은 강성 노조다. 현대자동차는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실시하고 있다. 매년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주간 파업을 벌이며 막대한 생산차질을 보였다.

현대차 노조의 갈등 양상은 한국경제가 시한폭탄처럼 안고 있는 노사 갈등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올해 현대차의 노사 갈등은 제조업 전반의 노사 단체 협상의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의 협상 이슈 및 입장을 통해 한국 노사 갈등의 일면을 살펴봤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제4·5대 집행부 이·취임식이 16일 울산공장 본관 잔디밭에서 열렸다. 행사에서 4대 문용문 위원장이 이임하고, 5대 이경훈 위원장이 취임했다. 2013.12.16/뉴스1 © News1 변의현 기자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현대자동차 노사는 올해 극단적인 갈등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는 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최대 수준의 요구안을 제안했다. 반면 임금피크제 도입이나 전환배치를 통한 생산성 향상 등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사측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장기파업으로 이어지고 파업 막바지에 노조에 양보하는 형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최근 해외공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중국 등에서 현지 생산을 늘리며 해외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일자리는 줄어드는 셈이다. 강성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노사 갈등을 증폭하고, 생산성이 떨어지고 생산 시설을 해외로 옮기고 노조는 다시 강도 높은 투쟁을 이어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한국 경제계가 안고 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문제다.

◇현대차 노조 , 최대의 요구, 최대의 투쟁 예고

현대자동차 노조는 최근 사측에 올해 임금협상안을 제시하며 '과거의 구태를 반복하면 최대의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금 15만9614원 인상에 통상임금 확대,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등을 제시했다. 주간 2교대 8+9시간 근무 체제를 8+8 시간 체제로 변경해 완전한 월급제를 실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당초 2016년 도입 예정인 근무시간 단축을 올해로 앞당겨달라고 주문했다.

이외에 미지급 임금 지급, 통상임금 대비 800%의 상여금 지급, 순이익 30%의 성과급, 정년연장도 제시했다. 통상임금 확대 범위를 최대한으로 해석했고, 과거 미지급금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정년연장은 국민연금 수령시기인 61세~65세로 늦추는 방안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정 정년보다 길게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는 셈이다.

현대차 노조는 강도 높은 협상안과 함께 '(사측이 노조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역대 최대의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임금 올리고 근무시간 줄이고…생산성은?

올해 현대차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여철 부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통상임금 확대는 없다', '법대로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사측은 노조에 대해 낮은 생산성 개선없이 임금인상만 요구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노조의 낮은 생산성은 주지의 사실이다. 차 1대를 생산하기 위해 드는 총 시간 개념인 HPV를 비교하면 극명하게 나타난다. HPV는 자동차 메이커의 생산설비 관리효율 노동생산성 등을 평가하는 기준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효율성이 높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현대차 국내 공장 HPV는 28.4시간인 반면, 미국 공장은 14.4시간, 중국 공장은 17.8시간을 보인다. 똑같은 차를 만들더라도 한국 공장에서 만들면 미국보다 2배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편성효율 지표도 마찬가지다. 편성효율은 조립라인을 기준으로 적정 표준 인원 대비 실제 투입된 인원수 비율을 뜻한다. 편성효율 지표가 높을수록 인적 효율성이 높다는 의미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 국내 공장 편성효율은 57.7로 나타났으나 미국은 92.7, 중국은 90.1로 나타났다.

100명이 들어가서 근무해야 효율적인 생산라인에서 한국 공장은 약 180명이, 미국이나 중국 공장은 110명 안팎의 인원이 근무하는 것이다.

편성효율이 낮고 생산성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전환배치의 어려움 탓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5개 라인에서 각각 다른 모델의 차량을 생산한다. 수요가 적은 차량을 생산하는 라인에서 수요가 많은 라인으로 인력을 전환하려 해도 노조의 합의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 반대를 하기 때문에 전환배치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아반떼 라인은 인력이 부족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상용차 등은 일감이 없어 인력이 남는 상황이 반복된다. 현대차는 해외 공장은 한 라인에서 3~4모델의 차량을 한꺼번에 생산하는 혼류생산을 통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 News1 류수정

◇매년 조단위 손실 발행…해외공장 확대 악순환

현대차는 지난해 15일간 파업을 진행하며 5만191대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손실액 규모는 1조2225억원에 달했다. 2012년에도 20일간 파업을 진행해 8만2088대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손실액 규모는 1조70-48억원 수준이었다.

현대차는 효율이 낮고 갈등이 심한 한국 공장 투자 대신 해외 공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중국 4공장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충칭 지역을 유력한 후보로 놓고 중국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반면 국내 생산 라인에 대한 증설이나 신축 계획은 없다.

현대차는 이미 해외 생산 비중이 국내 생산보다 높다. 지난해 현대차가 판매한 자동차 대수는 472만대. 이중 해외에서 생산한 자동차 대수는 291만대로 61% 수준이다. 중국 4공장 등이 새로 만들어지면 해외 생산 비중은 점차 높아진다.

현대차 노조는 "현대차의 해외 공장 확대에 대해 협상을 통해 '국내 투자를 늘리고 물량을 확보할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사측은 국내 투자는 없다고 단언했다. 해외 판매를 위한 전략도 있지만 강성 노조의 영향도 한몫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반복되는 노사 갈등에 생산성이 낮아지고 해외 공장으로 이전해 고용은 줄어드는 악순환이 생기고 있다"며 "극단적인 요구와 양보없는 갈등이 이어지면 이같은 악순환은 점차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xpe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