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LG·GS·두산' 지주사 경영권 방어 '불리'
[상법개정 쇼크②] 순환출자 구조가 경영권 방어하기 유리
집중투표제가 소수주주 보호용?…M&A 방어책 병행해야
"경제개혁연대는 지주회사체제 전환 결정이 SK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지난 2007년 경제개혁연대가 내놓은 논평이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SK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다른 대기업들도 지주회사 전환을 결단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도 지주회사 전환시 법인세 감면 혜택 등을 제시하며 지주회사 전환을 장려했다. 이후 많은 대기업들이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의 자금을 들여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불과 몇해전만해도 지주회사 전환은 경제계의 주요 화두였다. 지주회사 전환은 좋은 지배구조란 평가도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법무부가 제출한 상법개정안은 지주회사 체제에 '독'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상법개정안은 소액주주 의결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고 집중투표제와 집행임원 제도 등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한다면 자회사 지분을 대거 확보한 기업은 의결권 제한에 따라 오히려 인수합병(M&A) 위협에 노출되기 쉽다. 순환출자 구조나 여러 기업이 지분을 나눠 갖는 경우 오히려 경영권 방어가 쉬워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
경제계는 상법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이사 집중투표제, 집행임원 의무화 등을 문제로 삼고 있다. 이같은 강제 규정을 임의 규정으로 바꾸거나 최소한 M&A방어책을 마련한 뒤 관련 제도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상법개정안 원안처럼 대주주 의결권만 제한하면 외국계 투기세력이 한국 대기업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하는 제2, 제3의 소버린 사태가 빈번할 것이란 우려다.
◇상법개정안, 지주회사에 毒
10대 그룹 중 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하는 곳은 SK, LG, GS, 두산 등이다. 주요 지주회사들은 자회사 지분을 많게는 65%, 적게는 30% 선으로 유지하고 있다.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수조원씩 들여 해당 지분을 사들였고 지주회사 산하에 수직적으로 자회사가 포진하는 지배구조를 만들었다.
주요 계열사만 살펴보면 SK그룹의 경우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지주사 지분율이 33.4%에 달하며 LG도 LG전자의 지분 34%를, 두산은 두산중공업 지분 41.23%를 확보하고 있다.
상법개정안에 따르면, 감사위원 분리 선출시 주주별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지주회사는 수직적으로 자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계열사간 상호 지분 출자가 불가능하다. 순환출자였다면 각 계열사별로 쪼갠 지분을 확보해 30%에 달하는 지분의 의결권을 거의 대부분 활용할 수 있다. 지주회사 체제에선 3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해도 3%의 의결권만 활용하고 나머지는 무용지물이 된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지분이 분산돼 있다. 또 추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할 수 있다. 다수의 명의를 활용해 의결권을 확보하면서 대주주를 압박할 수 있다. 지주회사는 이를 막아낼 마땅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외국인 주주가 결집하거나 추가 지분을 확보하면 대주주의 의사에 반해 감사위원 전원을 선임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이사회 멤버는 9명이며 이 중 감사위원회 멤버는 3명이다. 이사회 멤버 9명 중 3명은 외국인이 마음대로 선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를 추가로 선임한다면 경영권의 완전 장악도 가능하다.
◇지주회사 자회사 지분이 높을수록 불리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수록 지배구조가 탄탄한 것이 자본주의의 상식이다. 하지만 상법개정안은 지주회사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경영권이 위태로와지는 이상한 현상을 야기한다.
GS그룹의 경우 GS리테일 지분 65.75%를 확보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은 15.30% 수준이다. 국내 기관 투자자가 15%, 나머지는 소액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GS리테일의 감사위원회 선정 과정에서 GS는 3%의 지분밖에 활용할 수 없다. 반면 외국인은 15.30%의 지분을 모두 활용하게 된다. GS리테일은 이사회 멤버가 7명이며 이중 감사위원회는 3명이다.
GS그룹은 65%의 지분 대신 3%의 지분만 활용하기 때문에 외국인 지분에 표 대결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감사위원 3인은 모두 외국인 주주들이 선호하는 인물로 대체될 수 있다.
나머지 이사 4명에 대해선 집중투표제를 통해 선출한다. 외국인 지분이 결집하고 국내 기관 투자자 혹은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규합하면 이사 1인에 대한 추가 선임이 가능하다. 이사회 멤버 7인 중 4인을 외국인 주주들이 원하는 인물로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집행임원까지 더하면 외국인 주주는 15%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완전 장악할 수 있다. 집행임원은 이사회에서 투표를 통해 선임하기 때문에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이사회 세력이 집행임원을 전원 선임할 수 있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지주회사의 경우 최대 주주 이외에 우호 지분 확보가 어려워 외국계 펀드의 이사회 장악 시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더욱이 지주회사 지분율이 높을 경우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상황이 야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주회사는 정부가 기업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적극 권장한 지배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상법개정안 이후 경영권 확보에 가장 취약해진다"며 "특히 기술집약 회사의 이사회를 외국 자본이 장악한다면 주요 기술 및 경영 노하우가 유출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경영권 방어에 과다 출혈..M&A 방어수단 병행돼야
경제계는 상법 개정안 강제 규정을 임의 규정으로 바꿔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상법개정안은 일정한 자산 이상의 상장회사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집중투표제, 집행임원 등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기업이 원하는 경우에만 선택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최소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적 수단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차등의결권제도나 포이즌필 제도 등은 M&A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주요 선진국이 도입한 제도다. 차등의결권제도는 대주주에게 의결권을 차등적으로 주는 것을 말하며 포이즌필은 적대적 M&A 우려가 있을 경우 신주를 무상으로 혹은, 디스카운트된 가격으로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재계 관계자는 "법무부가 마련한 상법개정안의 해외 입법례는 대부분 임의규정 형태로 도입돼 있다"며 "상법개정안에 따라 경영권 위협에 노출되면 기업이 투자에 활용할 자금을 경영권 방어에 쓰게 돼 오히려 중장기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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