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경영 20주년, 4가지 키워드는?

(종합) 인사 ·상생 ·브랜드 ·스피드

송재용 서울대학교 교수가 20일 오전 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구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삼성 신경영 2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신경영의 경영학적 의미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2013.6.20 뉴스1 © News1

'열린 인사', '상생경영', '브랜드 마케팅', '스피드경영'.

삼성의 신경영 20주년 성공비결을 분석한 키워드다.

한국경영학회는 20일 더케이서울호텔(구 교육문화회관)에서 삼성 신경영 20주년 국제학술대회를 하루 동안 개최했다. 삼성신경영에 대한 학술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국내외 석학들이 삼성 신경영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고 교수와 학생, 기업체 임원 등 700여명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신경영은 이건희 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최고의 품질과 혁신을 주문한 것이 시작이다. 이번 행사는 삼성이 글로벌 기억으로 성장하기까지 20년간의 발자취를 학문적으로 탐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송재용 서울대 교수는 삼성전자가 낮은 원가를 무기로 내세우던 OEM 제조사에서 강한 브랜드와 프리미엄 제품을 갖춘 세계 수준의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거대하지만 빠른 조직 △다각화 돼 있으나 특정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 확보 △일본식과 미국식 경영시스템의 장점을 딴 하이브리드 경영시스템에서 이유를 찾았다. 이를 '페러독스 경영'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열린시대, 열린인사김성수 서울대 교수는 '삼성 신경영과 신인사'라는 주제발표에서 "인사가 신경영 철학을 선도하고 전략 실행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었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경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능력있는 인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축적된 인적 자본을 활용해 급변하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잇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의 발표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원기찬 삼성전자 부사장은 "인재 확보에 '과할 정도로 많은 투자'를 했다는 평이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지만 '선투자' 개념이었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의 발언을 보면 70~80%가 사람과 인사에 대한 이야기일 정도로 관심이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원 부사장은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어 위기가 어떻게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역량있는 사람을 키워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능력있는 사람이 있으면 문제는 그가 해결한다는 것이다.

전략적 인사관리의 최고 석학 중 한 명인 패트릭 라이트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경영대 학장은 "삼성이 고부가가치 산업중심의 글로벌 리더로 변신할 수 있었던 데 비즈니스 전략과 인사를 연계한 것이 기폭제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상생경영, 사회공헌의 힘 이장우 경북대 교수는 "삼성이 협력사와의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면서 '스피드 혁신' 생태계가 조성됐다"며 상생이 결국 '윈윈'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확산된 경영노하우가 제품 혁신으로 이어지며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에는 공유가치 경영이나 소비자와의 상생으로 생태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공헌 분야의 전문가인 켄 알렌 박사는 "삼성 기업시민활동의 강점은 전 그룹 차원에 산재한 100여개의 봉사센터와 봉사활동 관련 인프라에 대한 투자"라고 언급했다. 또한 법률상담 등 전문 기술을 바탕으로 한 봉사활동과 임직원 재능기부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호평했다.

◇품질 기반의 브랜드 마케팅브랜드의 대가 케빈 켈러 다트머스대학 교수는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이 추종자라는 평가는 합당하지 않다"며 "삼성의 성장모델은 혁신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그는 △소비자 중심(Customer-focused) △혁신을 바탕으로 한 성장 △디자인 중심 △기업을 넘어 사회인식 △글로벌 경향과 수요에 적합 등을 삼성 신경영 마케팅 전략의 특징으로 정리했다.

박찬수 고려대 교수는 삼성 브랜드의 성공요인으로 최고 경영자의 강력한 의지와 모든 임직원의 브랜드 내재화, 디지털 시대의 개막을 포착하고 기회로 잘 활용한 점 등을 제시했다.

엄영훈 삼성전자 전략마케팅팀 부사장도 "지금 삼성의 마케팅을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인력은 10배, 리서치 투자는 50배 늘었다"며 브랜드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기회를 선점한 빠른 결정

삼성의 빠른 속도는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에서 성공을 거둔 요소로 거론됐다. 삼성과 소니의 저자로 유명한 장세진 카이스트대 교수는 "삼성의 성공비결은 빠른 기술·신제품 개발전략이었고, 이것은 탐구와 활용을 균형적으로 사용한 결과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개발하면서 윈도우, 심비안,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운영체제(OS)를 동시에 개발한 점을 예로 들었다.

카타야마 히로시 와세다대 교수도 삼성의 '품질경영'의 특징으로 스피드 경영과 타이밍 경영 등을 꼽았다. 불필요한 과정을 제거하고 표준화된 개발 프로세스 하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케빈 켈러 교수도 가족 중심의 지배구조가 빠른 의사판단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song6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