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간다' 했는데 낙제점 받은 실리콘투…갈길 먼 K뷰티 ESG

실리콘투 올해 ESG평가서 '매우 취약' D등급 받아
롬앤·토니모리도 C등급…업계 "중장기적 대응 필요"

28일 경주 황룡원 중도타워에서 열린 뷰티·웰니스 행사를 찾은 관람객이 부스에서 AI 기술이 접목된 K-뷰티 체험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K-뷰티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시장을 누비는 국내 뷰티업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양극화 양상을 보인다.

아모레퍼시픽(090430) 등 업계 전통의 강자들은 글로벌 ESG 기준에 맞춰 경영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는 반면 신흥 강자인 중소 뷰티업체들은 관련 대응이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K-뷰티 유통사 실리콘투(257720)는 최근 한국ESG기준원(KCGS)이 발표한 '2025년 KCGS ESG평가'에서 통합 D등급을 받았다.

ESG기준원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S(탁월)부터 D(매우 취약)까지 7개 등급으로 평가한다. 전체 등급 중 D는 '매우 취약' 등급으로 분류된다. '매우 취약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체제 개선을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태'를 말한다.

개별 평가에서도 환경, 사회, 지배구조 모든 분야에서 D를 받았다. 실리콘투는 올해 처음으로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ESG 평가를 받았다.

실리콘투는 국내 K-뷰티 브랜드의 제품을 직접 사입해 제삼자물류(3PL) 대행부터 운임 결제까지 유통 전 과정을 대신해 주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전 세계 약 160개국에 K-뷰티 브랜드를 역직구 판매하거나 현지 유통 업체를 통해 수출하고 있다.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8회 KITA 해외마케팅 종합대전'에 화장품이 진열돼 있다. <자료사진> ⓒ News1 황기선 기자

색조 브랜드 '롬앤'으로 유명한 아이패밀리에스씨(114840)와 로드샵 1세대 브랜드 토니모리(214420)는 같은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

C등급은 '취약' 등급으로 '취약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체제 개선을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태'를 말한다. 토니모리는 2020년부터 6년째 C등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이패밀리에스씨는 올해 첫 평가다.

아이패밀리에스씨는 틴트로 유명한 색조 브랜드 '롬앤'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 제품은 더 쥬시 래스팅 틴트, 쥬시 롤 치크, 블러 퍼지 틴트 등이다. 롬앤 외에도 앤드바이롬앤, 누즈, 아이웨딩 등을 운영하고 있다.

토니모리는 1세대 로드샵 브랜드로 유명한 원조 K-뷰티 브랜드다. 토니모리 외에도 서브 브랜드 본셉, 더마티션 등을 보유하고 있다.

개별평가를 보면 토니모리와 아이패밀리에스씨 모두 환경과 사회 분야에서 D를 지배구조는 B를 받았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같은 평가에서 B등급(보통)을 받았다. B등급은 '다소 취약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상태로 체제 개선을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한 상태'를 말한다. 지난해 B+(양호)보다 한 단계 떨어졌다.

업계는 중소 뷰티업체들이 ESG 평가에서 다소 저조한 성적을 받아 든 배경으로 구조적 한계를 꼽는다.

대기업 계열 화장품 사와 달리 ESG 전담 조직이나 공시 경험이 부족한 데다, 환경·안전·노무·지배구조 전반을 아우르는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에는 인력과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한다는 해석이다.

화장품 업계 전통의 강자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올해 같은 평가에서 A를 받았다. LG생활건강은 2012년도부터 14년째 '우수'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9년부터 줄곧 A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하는 업종인 만큼 중소 뷰티업체들도 향후 강화될 ESG 요구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 뷰티업체들의 경우 ESG 전담 조직이나 공시 경험이 부족하고 환경·노무·지배구조 전반을 관리할 인력과 비용 여력이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라며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일수록 향후 사업 지속성과 직결된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에 중장기적으로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