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은 기본, 마케팅까지 잘하는 K-뷰티에 '투자' 몰린다
OEM·ODM으로 공급받는 K-뷰티…"마케팅 역량 키포인트"
"취약한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약점…K-뷰티도 대비 필요"
-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K-뷰티가 스타트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벤처캐피탈(VC)이 뭉칫돈을 꺼내고 있다. K-뷰티 제품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자 VC 업계에서는 뷰티 스타트업의 마케팅 역량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투자를 집행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10일 VC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많은 심사역이 뷰티 스타트업에 투자를 결정할 때 경영진의 마케팅 역량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 기반 바이럴 마케팅에 능하거나 적절한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매출 효과를 극대화하는 스타트업이 주요 투자 대상이라는 이야기다.
뷰티 제품이 대부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을 이용해 수준 높은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덕이다.
VC업계는 K-뷰티의 안정적인 품질이 오히려 '제품 차별화'에 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코스맥스(192820), 한국콜마(161890) 등 전문 제조업체들이 화장품을 만들고 이를 기업에 공급하는 산업 구조 덕분에 개별 기업이 기술·개발로 제품을 차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뷰티 스타트업 중에서는 마케팅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곳들이 VC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VC 심사역 A 씨는 "(뷰티 스타트업) 투자 검토 시에 마케팅→유통→제품 기획 순서로 역량을 평가한다"며 "마케팅 역량은 제품 기획 단계부터 바이럴을 일으킬 수 있는 콘텐츠 생산 능력을, 유통 역량은 기존에 개척되지 않은 유통 채널을 과감히 시도하는 도전 정신과 실행력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투자를 받는 뷰티 업계도 이 대목을 인지하고 있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K뷰티 제품은 품질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에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역량이 중요하다"며 "최근에는 메가 인플루언서가 아닌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발굴해 시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타트업도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재의 특성상 반복 구매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제품 기획을 하는 것도 중요한 역량으로 꼽힌다. 기능성 마스크팩처럼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꾸준한 구매가 일어나는 제품이 오히려 고가의 제품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짧은 기간 매출을 늘리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브랜드에 대한 전통이나 역사, 충성도 등이 깃든 '헤리티지'가 부족한 것은 K-뷰티 산업의 약점으로 지목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바이럴 마케팅 의존도가 높은 현재의 판매 전략만으로는 K-뷰티의 장기 흥행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오랜 시간 사랑받는 명품 화장품 브랜드는 마케팅보다 고객 충성도를 공략한다는 점에서다.
A 씨는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 시에는 브랜드가 가진 역사나 철학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더욱 중요해지는데 한국 브랜드들이 이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스타트업 투자 통계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1일까지 뷰티 분야에 대한 벤처투자 금액은 약 289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다.
뷰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면서 뷰티 브랜드 넘버즈인, 퓌, 라이아, 플라스킨을 판매하는 비나우는 지난 8월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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