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열기 너도나도 '화장품'…제약·유통사 진출 러시
화장품업, 성장성·영업이익률 높고 진입장벽 낮아 적극 진출
외식·렌털·학습지업체까지 가세, "레드오션 될 수도" 경고
- 정혜민 기자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한국의 화장품이 세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화장품 기업은 2016년 기준 약 8000여 곳으로 3년 사이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주로 제약업체나 유통업체들이 자사의 노하우를 토대로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고 있지만 관련성이 떨어지는 외식업체나 평범한 직장인도 화장품 시장에 발을 들이는 경우도 많아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광동제약은 자사의 기술을 활용한 화장품 브랜드 '피부약방'을 선보이며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4월에는 학습지 업체 대교의 생수제조 자회사 강원심층수가 화장품 브랜드 '아쿠닉'을 론칭했다. 신세계백화점도 화장품 PB를 론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6년 아동복 브랜드 더데이걸즈에서 PB 화장품을 처음 선보였던 이랜드도 4월 로엠걸즈에서 PB 화장품 라인 '시크릿쥬쥬 코스메틱'을 론칭하면서 화장품 사업을 확장했다.
이처럼 다수 기업들이 화장품업에 뛰어들면서 식약처 등록 화장품 제조판매업체는 2016년 기준 8175곳으로 2013년(3884곳)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많은 기업들이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화장품업의 낮은 진입장벽과 가파른 성장세, 높은 영업이익률이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국내 화장품 시장(생산액 기준)은 연평균 15.4% 성장했다. 화장품 브랜드 AHC를 운영하는 카버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3%에 이른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률도 각각 15%, 12% 수준이다.
아울러 화장품은 주로 OEM·ODM 업체에서 제조하고 있어 개별 브랜드사의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등 시장 자체의 진입장벽이 낮다.
◇제약·유통업체, 기술력·유통망 내세워 화장품 사업 적극 진출
가장 적극적으로 화장품업에 뛰어드는 곳은 제약업체와 유통업체들이다. 제약업체들은 기술력, 유통업체는 유통망이라는 화장품업에 중요한 강점이 있어서다.
특히 지난해에는 화장품과 의학이 결합한 '더마코스메틱'이 부상했다. 더마코스메틱은 피부과학(Dermatology)과 화장품(Cosmetic)의 합성어로 피부과 의사 및 약사가 개발에 참여한 기능성 화장품을 말한다.
동국제약은 2015년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를 론칭했다. 상처 치료연고 '마데카솔'로 유명한 동국제약은 마데카솔의 주성분인 '센텔라 아시아티카'를 화장품에도 적용했다. 센텔리안24의 매출은 2015년 150억원에서 지난해 600억원으로 뛰었다.
이 외에도 유한양행, 동화약품, 대웅제약, 셀트리온, 일동제약, 종근당, 휴온스, 휴젤파마, 동구바이오제약 등 다수 제약업체가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하며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유통업체들도 화장품 사업에 적극적이다. 대표적으로 신세계는 자회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15년 이탈리아 화장품 OEM·ODM 기업인 인터코스를 인수해 화장품 제조까지 시작했다. 이마트는 2016년 PB 화장품 브랜드 '센텐스'를 선보였으며 신세계백화점도 PB 화장품 론칭을 앞두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16년 PB 브랜드 '엘앤코스'를 론칭했다가 사업을 접은 바 있지만 롯데쇼핑의 롭스가 H&B숍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CJ오쇼핑이 2008년 선보인 PB 브랜드 '셉'이 누적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외식·렌털·학습지업체까지 화장품 사업 가세…"레드오션 될 수도" 경고
화장품과 연관성이 떨어져 보이는 외식업체나 렌털업체, 학습지업체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은 2015년 화장품 수입업체인 한강인터트레이드를 인수해 MP한강을 설립하면서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다.
키스미, 캔메이크 등 해외 화장품을 주로 수입하던 MP한강은 해서린, 릴리바이레드 등 자체 화장품 브랜드도 론칭했다. MP한강은 MP그룹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지난해 MP그룹이 약 40억원 영업손실을 보는 와중에 MP한강은 영업이익 108억원을 기록했다.
정수기 렌털업체 코웨이는 2010년 '리엔케이'를 론칭하고 이듬해 한방 화장품 브랜드 '올빚'을 선보이며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다. 코웨이의 렌털 영업망은 화장품 방문판매에 큰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웅진도 2016년 방문판매 자회사 웅진릴리에뜨를 설립하고 코리아나화장품과 코웨이 매각 이후 접었던 화장품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화장품 업계에서는 다수 기업들이 화장품 시장에 발을 들이는 상황에 대해 경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지금 국내 화장품 시장은 새빨간 레드오션"이라고 시장 상황을 평가했다.
그는 "10년 이상 화장품 연구·개발 노하우를 갖고 화장품업을 하는 기업들도 영업이익이 매년 떨어지고 있다"며 "새로 화장품업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화장품으로 성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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