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등골브레이커]'평창 롱패딩' 열풍에 너도나도…'다운패딩' 전철우려

'이른 한파' '희소성' '가성비甲' 3박자 맞아 떨어져
5년 전 '다운패딩' 올해 '롱패딩'…잘 된다 싶으면 '우르르'

2018 동계올림픽 공식 라이선스'구스롱다운점퍼'(평창 롱패딩)ⓒ News1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올겨울 '롱패딩' 열풍이 심상치 않다. 롱패딩의 유래는 '벤치파카'로 운동선수들이 벤치에 앉아서 쉴 때 체온을 보호하기 위한 외투로 활용됐다.

그런데 유행에 민감한 10대 중·고등학생들이 최근 몇 년 사이 데상트 등 일부 브랜드 롱패딩을 교복 위에 걸치기 시작했고 이를 포착한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올겨울 주력아이템으로 기장이 무릎을 덮는 롱패딩을 앞다퉈 출시했다.

◇롱패딩 열풍 진원지는 10대 학생들…이른 한파 결정적

평년보다 일찍 찾아온 올겨울 한파도 롱패딩 열풍에 일조했다. 11월11일을 시작으로 살을 에는 찬 바람이 연일 불면서 주말 백화점·아웃렛에는 패딩 등 아우터를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결정적으로 2018 동계올림픽 공식 라이선스상품 '구스롱다운점퍼(평창 롱패딩)'이 '가성비 갑(甲)'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민적 열풍으로 확산됐다.

지난 22일 오전 1000장의 롱패딩 물량이 풀린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1층에는 1500여명에 육박하는 인파가 몰려 롱패딩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이날 대기표 589번을 뽑은 김민수씨(20·가명)는 "디자인 면에서 떨어지지 않고 희소가치가 높아 보여 밤을 새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평창 롱패딩이 인기를 끌게 된 주요 요인은 '이른 한파' '가성비' '희소성(한정판 3만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열풍의 진원지는 앞서 설명했듯이 중·고등학교로 가수 선미, 걸그룹 EXID의 하니 등 인기 스타들이 평창 롱패딩을 착용한 모습을 SNS에 공개해 구매심리를 폭발시켰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평창 롱패딩은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귀한 몸이 됐다.

K2 '포디엄 롱패딩'(왼쪽) 디스커버리 '롱빅토리아 다운'ⓒ News1

26일 아웃도어·패션업계에 따르면 모처럼 맞은 아웃도어 훈풍에 탑승하기 위한 롱패딩 제품 출시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스포츠·아웃도어뿐 아니라 SPA브랜드와 골프웨어도 합세해 연일 신제품 출시 경쟁에 한창이다.

◇아웃도어·패션, 롱패딩 출시경쟁 치열…반짝 다운패딩 닮은꼴

먼저 K2는 롱패딩 품목 수를 지난해 2개에서 올해 8개로 늘리고 여성용 롱패딩 아그네스 물량도 전년 대비 8배 늘렸다. 아이더가 85만원 가격으로 출시한 '캄피로 리미티드 고어 윈드스토퍼 다운재킷'은 기능성을 높인 롱 헤비 다운재킷이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경우 올해 들어 롱패딩 '레스터 벤치파카'와 '리빙스턴 다운자켓' '에버튼' 라인을 각각 출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올해 들어 롱패딩 판매량은 약 14만장으로 전체 판매액은 560억원에 달했다.

휠라는 롱패딩 6종을 출시하고 물량 역시 6배 정도 늘렸다. 레트로 무드를 반영해 감각적인 디자인을 강조한 주력제품 '라이트 롱패딩'(김유정 다운) 등의 판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650% 신장했다.

코오롱스포츠도 롱다운 초도물량을 전년대비 8배 이상 늘렸다. 2013년 인기를 끌었던 '테라노바'를 롱패딩 제품으로 리뉴얼한 '뉴 테라노바 롱'을 출시했다. 네파의 경우 올해 기장을 더욱 늘린 '사이폰 벤치다운’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캄피오네 벤치다운' 넉넉한 핏으로 착용감을 높인 '벨마 벤치다운(여성용)' 등을 선보였다.

이밖에도 △노스페이스 △밀레 △레드페이스 △데상트 △푸마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빈폴아웃도어 △라푸마 △스파오 △에잇세컨즈 등 거의 대부분 패션 기업들이 롱패딩을 신규 출시하며 열풍에 올라탔다.

아웃도어·스포츠뿐 뿐 아니라 거의 모든 패션업체들이 너도나도 롱패딩을 출시하자 조금 잘 팔린다 싶으면 우르르 몰리는 패션업계의 고질병이 재발했다는 쓴 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금 잘 된다 싶으면 고민 없이 우르르 출시하고 이를 트렌드라 한다"며 "아웃도어 기업들이 골프웨어를 내세웠다가 잘 안 되자 지난 여름 래시가드가 유행이라고 하더니 이번엔 우후죽순 롱패딩을 출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열풍의 진원지는 10대 중·고등학생들인 만큼 '등골 브레이커'(자녀들이 값비싼 제품을 사달라고 졸라 부모 등골을 휘청이게 한다는 의미)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4~5년 전 유행한 다운패딩 전철을 밟고 있다는 기성세대들의 해석으로 패딩의 기장이 무릎까지 길어지고 가격이 다소 낮아졌을 뿐 큰 차이가 없다는 것. 당시 다운패딩 제품 하나 가격이 50만원을 훌쩍 넘어 부모들의 등골을 휘게 만들었다.

아웃도어·패션업체들은 당시 헤비다운 제품을 경쟁하듯 출시했지만 점점 따뜻해지는 겨울 날씨 탓에 급격히 판매량이 줄어 재고 부담을 고스란히 떠 안아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잘 팔린다고 많이 생산했다가 내년 롱패딩의 인기가 식으면 또다시 재고 때문에 골머리를 앓게 될 수 있다"며 "2~3년 전엔 야상형 재킷이 유행하며 '캐나다구스' '노비스' 등 고가제품이 인기를 끌었지만 올해 쏙 들어간 것만 봐도 그렇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올해 추운 겨울 날씨를 시작으로 여러 조건이 맞아 롱패딩이 뜨고 있다"며 "기업들이 우후죽순 롱패딩을 쏟아내고 있는데 반짝 유행일 수 있어 정확한 수요 예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우려했다.

idea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