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옷' 벗은 에뛰드, '달팽이약발' 다된 잇츠스킨 눌렀다

서경배 에뛰드 1년 만에 4위 탈환… '자존심 회복'
유럽 공략 토니모리도 잇츠스킨 턱밑 추격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까치는 바람이 가장 세게 불 때 집을 짓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태풍이 불어와도 부서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람이 불지 않는 날 지어진 까치집은 쉽게 망가집니다. 고객과 맞지 않은 에뛰드의 브랜드 코어는 무엇이었나 돌아보고 까치집을 짓는 마음으로 재정비하겠습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아모레퍼시픽 창립 70주년 행사에서 에뛰드하우스의 실적이 좋지 못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 회장이 직접 나설 정도로 적자 행진을 달리던 에뛰드하우스가 올해 들어 잇츠스킨에 빼앗긴 브랜드숍 4위 자리를 되찾아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잇츠스킨은 중국에서 '달팽이크림' 제품군이 대박 나면서 지난해 중순까지 크게 성장했지만 중국 정부의 위생허가 요건이 강화된 지난해말부턴 성장세가 꺾였다.

◇서경배 "브랜드 코어 변해야"… 다시 '까치집' 짓는 에뛰드

14일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뛰드하우스는 '소녀공주 콘셉트'를 누그러뜨리는 전략으로 부활에 성공한 반면 달팽이크림 제품군으로 반짝 돌풍을 일으킨 잇츠스킨은 추락하고 있다.

차세대 브랜드로 꼽히는 토니모리도 'K-뷰티' 열풍을 타고 유럽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잇츠스킨을 바짝 추격하고 나섰다.

에뛰드하우스의 올 3분기 누적매출은 2416억원으로 잇츠스킨 2026억원보다 390억원 높게 집계돼 브랜드숍 4위 자리 탈환을 예고했다. 다만 영업익 면에서는 중국 특수를 등에 업고 있는 잇츠스킨이 578억원으로 에뛰드하우스(313억원)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에뛰드하우스는 올해 초부터 '프린세스 판타지'에 집중하기보다 '스위트 드림'으로 브랜드 콘셉트를 변경해 부진을 털어내고 있다.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6%, 영업익은 1200% 증가했다.

사실 에뛰드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다. 2013년 3185억원 매출을 달성하며 브랜드숍 4위 자리를 지켰지만 이후 부진이 계속돼 지난해엔 2578억원까지 떨어졌다.

그 결과 잇츠스킨과 네이처리퍼블릭에 밀려나면서 두 단계나 내려 앉은 6위를 기록했고 영업익 면에서도 지난해 초부터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고전했다.

부진이 이어지자 서 회장은 지난해 9월 열린 창립 70주년 행사에서 "까치집을 짓는 마음으로 에뛰드하우스 브랜드를 재정비하겠다"며 혁신을 예고했다.

이 같은 서 회장의 의지가 직원들에게 전달돼 먼저 브랜드 슬로건이 'Life is Sweet'로 바뀌었다. 줄곧 '공주 옷을 입고 화장놀이를 즐기는 소녀' 콘셉트로 마케팅을 펼친 에뛰드하우스로서는 큰 변화였다.

아울러 지난달에는 신제품의 모델로 개그우먼 김숙을 내세우고 '상남자' 이미지의 배우 마동석을 모델로 발탁해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또 주요 고객층인 20대의 소비 패턴에 맞게 온라인 판매를 확대한 점도 실적 개선에 한몫을 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 News1

◇위생허가 악재에 잇츠스킨 추락…토니모리는 상승세

반면 잇츠스킨은 한 제품군에 집중된 구조와 높은 중국 의존도의 한계에 봉착해 지난해 말부터 부진한 실적을 거듭하고 있다.

잇츠스킨은 달팽이크림 한 제품군의 폭발적인 인기로 급성장했는데 달팽이 점액 물질(무신)에 대한 위생허가를 1년째 받지 못하면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 이에 업계에서는 잇츠스킨의 성장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 사드 이슈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 결과 잇츠스킨의 올해 누적 3분기 매출과 영업익은 각각 10%, 26% 감소했고 주가도 6개월 만에 반토막이 났다. 최근엔 유근직 잇츠스킨 대표가 자사주를 매입하고 무상증자까지 했지만 끝없는 하락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유럽 시장 안착에 성공한 토니모리도 잇츠스킨을 추월할 기세다. 토니모리의 3분기 누적매출과 영업익은 각각 11%, 26% 증가한 1763억, 153억원을 기록했다. 잇츠스킨과 불과 231억원 차이다.

토니모리는 올해 초 유럽 세포라 매장에 입점해 4차 물량 발주를 마친 상태다. 올 상반기 중국 진출을 위한 초석을 다져 남은 4분기엔 호실적이 기대된다.

또 중국 저장성 지역에 1만8000평 규모로 메가코스화장품 공장을 신축해 내년 6월 완공할 예정이다. 토니모리 측은 2018년 약 800만개를 생산하고 3년 후에는 최대 2500개까지 만들 수 있도록 공장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에뛰드하우스와 토니모리가 올 4분기에도 순항할 것으로 예상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에뛰드의 실적은 기대치를 웃돌았다"며 "중국 중산층의 소비력이 높아지면서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찾는 만큼 수출부문이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

박온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9월부터 유럽으로 출시되는 세포라 물량이 더 확대된다"며 "중국으로의 수출 물량 증가 역시 이익증가와 주가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잇츠스킨의 전망은 밝지 않다. 최서연 한양증권 연구원은 "달팽이 제품군의 위생 허가를 취득하지 못해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부족하다"면서 "중국 정부의 유커 규제 움직임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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