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세포라될 것' 야심찬 포부 벨포트, 2년 흘렀지만…
민영훈 대표 "2015년까지 100개점 오픈"… 무색해진 청사진
480억원 투자받고 440억원 적자 내, 홍보팀은 해체
- 김민석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한국형 세포라'가 되겠다는 야심 찬 포부와 함께 등장한 화장품 편집숍 '벨포트'가 뜸한 행보를 보여 궁금증이 일고 있다.
출범 당시 대형 신인으로 주목받았고 김남주 등 톱스타를 모델로 기용하며 자금력을 과시하다 갑자기 조용해진 것이다. 최근엔 홍보팀도 없애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투자사로부터 수백억원대 투자를 받은 밸포트가 목표 매장 수를 채우지 못하는 등 주춤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인지도 확장을 위해 필요한 홍보팀을 해체하고 지금까지 홍보대행사마저 선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신사동서 대형숍 열고 김남주·이승기 톱스타 모델 기용벨포트는 광고회사 오리콤 출신 민영훈 대표가 밸류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받아 설립한 회사다. 삼성그룹 핵심인사였던 이학수 전 삼성물산 고문의 딸(이상희 벨포트 부사장)을 임원으로 영입해 주목받았다.
벨포트는 2014년 9월 강남 핵심 상권인 신사동 가로수길에 지하1층, 지상2층, 연면적 500㎡(151평)에 달하는 대형 편집숍을 오픈하고 행사를 크게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위스 '벨폰테인' 이탈리아 '보테가 베르데' 헝가리 '오모로비짜' 미국 '카고' 등 최고가가 200만원에 이르는 40여개 수입브랜드를 독점으로 들여와 차별화를 꾀했다.
당시 민 대표는 "다양한 전문 브랜드를 차별화된 서비스로 제공하는 프리미엄 멀티스토어"라고 벨포트를 소개하며 "2015년까지 총 300억원의 비용을 투입해 100여개 가맹점을 열겠다"고 밝혔다.
벨포트는 론칭 첫해부터 마케팅 비용으로만 150억원 상당을 책정했다. 배우 김남주를 대표 모델로 발탁하고 화장품 브랜드별로 이승기‧김우빈 등 톱스타를 기용하는 등 자금력을 뽐냈다. 이는 투자사 벨류인베스트코리아로부터 수백억원을 투자받았기에 가능했다.
국내 시장에서 화장품 편집숍 '아리따움'과 'CJ올리브영' '왓슨스' '롯데 롭스' 등 헬스앤뷰티스토어가 과다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벨포트가 한국형 세포라를 표방하고 나서자 화장품 업계는 크게 주목했다.
◇ 20개점도 못 채운 벨포트… 어반스페이스 전철 밟을 수도그러나 지금은 벨포트가 '어반스페이스'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벨포트가 가맹 사업을 본격화를 선언하고 연내 100개점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지역에선 오히려 매장을 철수하는 등 지금껏 20개점 매장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서다. 벨포트 공식 홈페이지에선 총 15개 매장 정보만 나타난다.
한국화장품이 2011년 야심차게 론칭한 수입화장품 멀티숍 어반스페이스도 1호점을 압구정동에 오픈해 화제를 모았지만 부진을 거듭하다 1년 만에 철수했다. 벨포트와 어반스페이스는 수입화장품 위주의 편집숍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오른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벨포트는 커피사업을 포함해 지금까지 480억원 이상 약정투자받고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총 439억원의 적자를 냈다. 1년 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160억원 정도다.
이 때문에 서서히 성과를 내고 사업을 더욱 확대해야할 시점에 멀쩡한 홍보팀을 해체한 것을 봤을 때 내부 사정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태원에 문화예술을 접목한 리틀 럭셔리 컨셉 매장을 오픈하고 서울에 새롭게 들어선 면세점 2곳에 입점하는 등 소기의 성과도 있었지만 투자금 대비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 "지난 4월부터 홍보 활동 전혀 안 해"… 커지는 궁금증
벨포트 관계자는 "추후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지난 4월부터 홍보팀을 운영하지 않으면서 일체의 홍보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아리따움과 핼스앤뷰티스토어에 밀려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벨포트가 미국과 유럽에서 '세포라' '더글라스' '얼타' 등이 화장품 판매를 석권하는 것을 보고 톱스타를 내세워 물량공세에 나섰던 것"이라며 "그러나 국내는 국산브랜드 위주인데다가 이미 아리따움·CJ올리브영·왓슨스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어 자리 잡기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아리따움은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점사업거래정보에 따르면 아리따움은 최근 3년간 매장 수(가맹‧직영점 합계)가 2013년 1281개, 2014년 1294개에서 2015년 1350여개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서울 강남대로에 연면적 약 430㎡(130평)에 이르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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