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저렇게 싼데"…후판값 더 못준다는 조선사에 철강사들 '끙끙'

중국·일본 등에서 저렴한 후판 유입에 조선업계 협상력 높아져
수익성 확보 원하는 국내 철강업계, 가격 인상 입지 좁아져

다.(포항제철소제공)2022.6.12/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일본 등 외국산 후판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변수가 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철강업계는 하반기 조선용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 막바지 조율을 진행 중이다.

그간 철강업계는 원재료 가격·전기료 인상 등 대내외 요인으로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가정용 강판 시장이 하락세인 만큼 자동차 강판과 조선용 후판 가격을 인상해 수익성을 챙기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10여년 만에 '슈퍼 사이클'에 들어선 조선업계 역시 수익성 개선을 위해 후판값을 올릴 수 없다며 팽팽히 대립해왔다. 1년 동안 상·하반기 두번을 나눠 진행하는 후판 가격 협상은 양측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지연되고 있다. 통상 2~3개월 내 마무리되는 협상이 5개월가량 미뤄졌다.

협상이 지연되는 사이 외국산 후판 등 수입 철강재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 및 일본 등 글로벌 후판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국내 철강업계가 이번 협상에서 후판 가격 인상을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산 후판은 1톤당 70만원대로 알려졌다. 한국산 철강재가 100만원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누적 연간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92만톤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7% 증가한 수치다.

현대제철은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조선사의 특징적인 부분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수입 저가 후판을 사용량을 늘려가고 있다"며 "55%까지 조선향으로 공급했지만 향후 비중을 낮춰 45% 미만으로 가져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게다가 최근 엔저 현상 심화로 일본산 후판 가격도 내리고 있어 국내 시장에서 국내산 후판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생산설비를 늘리고 있는 신흥시장에서의 저렴한 철강재 수입도 차츰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조선업계로서는 저렴한 수입 후판을 두고 상대적으로 값비싼 국산 후판에 휘둘릴 이유가 없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100만원선이었던 후판 가격이 하반기 90만원 중반으로 주저앉을 것이란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악화와 신흥시장 생산설비 확대로 저가 철강재 유입이 확대되며 국내 철강사들이 후판 가격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조선업계 역시 저가 후판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높은 가격에 후판 가격 협상을 매듭지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양측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