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만 쏙쏙…영풍 "2030년 폐배터리 재활용 매출 5兆"
'건식용융' 독보적 경쟁력…리튬 90% 회수 상용화 '세계 최초'
R&D 센터도 수도권으로 확장…"순환 경제 구축·발전에 기여"
- 김민성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자 비철금속 기업인 영풍그룹도 배터리 소재 사업에 뛰어들었다.
50년간 갈고 닦은 금속 회수 기술을 폐배터리에 적용해 이른바 '전략 소재 순환 기술'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게 영풍의 포부다.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친환경에 초점을 맞추는 등 제련 사업의 선순환 모델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 50년간 쌓은 금속회수기술로 파일럿 공장 가동…2030년 리튬·코발트·니켈 年 70만톤 추출
영풍은 지난 50여 년간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며 금속 회수 기술을 확보해 왔다. 아연을 제련하고 남은 금속 부산물을 버리지 않고 건식 용융로에서 한 번 더 녹여 다시 아연과 구리, 은, 납 등의 유가(有價) 금속을 추가로 회수해 온 것이다.
영풍은 이런 기술을 통해 지난 8일 세계 최초로 건식용융 방식의 폐배터리 재활용 파일럿(시험)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파일럿 공장은 연간 2000톤(전기차 8000대 분량)의 폐배터리를 처리할 수 있다. 2030년까지 시설을 확장해 리튬·코발트·니켈 등 배터리 소재 원료를 연간 70만톤(t)을 생산해 약 5조원 규모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건식 용융 기술'은 배터리에서 유가 금속을 회수하는 데도 유용하다. 대부분의 배터리 리사이클 기업들이 채택하는 습식 방식보다 생산성이 뛰어나다.
습식 방식은 전기차 배터리를 일일이 셀(cell) 단위까지 분리한 다음 잘게 분쇄하는데 이것을 '블랙 파우더', '블랙 매스'라고 부른다. 이후 용매를 이용해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침출(浸出)하는데 전(前) 처리 과정이 복잡하고 리튬 외 니켈·코발트·구리 등 재활용 금속이 손실될 수 있다.
반면 영풍이 적용한 건식용융 방식은 배터리를 팩이나 모듈 단위에서 그대로 파쇄해 리사이클 원료인 '플레이크' 형태로 만들어 고온으로 녹인다. 이 과정에서 비중이 가벼운 리튬을 집진(集塵)할 수 있어 효과적인 방식으로 평가된다.
영풍 관계자는 "2차전지에 들어가는 핵심 전략 소재인 리튬을 90%, 코발트와 니켈 구리는 95% 이상 회수할 수 있다"며 "리튬을 공정 첫 단계에서 90% 이상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상용화 단계까지 실현한 것은 영풍이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리튬을 회수한 뒤 생기는 중간 생산물은 다시 습식 공정을 거쳐 탄산리튬·황산니켈·황산코발트·구리 등의 제품으로 생산할 수 있다. 이 소재들은 배터리 양·음극재 원료로 재활용한다. 영풍은 내년 상반기 중 제련소 내에 습식 공정 설비를 추가해 배터리 원료를 추출한 뒤 판매할 예정이다.
◇ 소재 순환 기술 육성 위한 결단…R&D 센터 '봉화에서 수도권 확장'
지난 7월엔 경기 안산 반월국가산업단지에 전략 소재 순환 기술 연구센터인 '영풍 그린 메탈 캠퍼스'도 열었다.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전략소재 순환기술'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봉화 석포제련소에 있던 기술연구소를 수도권으로 확장한 것이다.
캠퍼스 이름에도 기존의 전통적인 광산 개발에 비해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으로 평가받는 전략 소재 순환 기술의 중심이 되겠다는 뜻이 담겼다. 이곳에서는 △2차전지 회수 기술 △전략 광물 회수 기술 △탄소 제로화(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0이 되는 단계) 기술 연구개발에 집중한다.
영풍은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사 및 배터리사들과의 LiB(리튬 배터리) 리사이클 기술협력을 안산 캠퍼스 개소를 계기로 더욱 활성화할 방침이다.
이강인 영풍 사장은 "제련업을 넘어 친환경 미래 산업인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며 "전통 산업과 신기술의 조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순환 경제 구축 및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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