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리는 폐배터리 재활용…中의존도 탈피 돌파구 될까

LG·SK·삼성 등 배터리 3사 외 포스코·GS건설도 뛰어들어
공급망불안·美IRA로 소재 자립 수단 꼽혀…"단기적 대안은 어려워"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 규제혁신TF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2.9.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전 세계적 공급망 불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의 영향으로 폐배터리 재활용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규제 완화를 예고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폐배터리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7일 정부에 따르면 경제 규제혁신 TF(태스크포스)는 기업들의 순환경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전기차 폐배터리와 관련한 각종 폐기물 규제를 면제할 예정이다. 또 재사용을 위한 안전검사제도와 함께 배터리를 전기차와 별도로 등록·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관련 업체와 협력하거나 수직계열화하는 방식으로 폐배터리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은 LG화학과 함께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업체인 라이사이클(Li-Cycle) 지분을 2.6% 확보해 니켈 2만톤을 공급받기로 했다. LG엔솔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2023년 미국 오하이오 배터리공장에 배터리 재활용 설비를 추가한다. LG엔솔은 중국에서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중국 1위 코발트 정련업체인 화유코발트와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SK는 SK온, SKC,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계열사를 통해 소재, 셀, 모듈 등 그룹 차원 배터리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SK에코플랜트가 지난 2월 싱가포르 전자폐기물 전문기업 테스(TES)를 인수하며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달엔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어센트 엘리먼츠 지분을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SK온은 이밖에도 포드와의 미국 현지 합작법인 블루오벌SK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폐배터리를 재활용업체 레드우드 머티리얼즈를 통해 다시 제품 생산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성일하이텍 등 전문업체와 배터리 스크랩(폐기물) 재활용 순환 체계를 구축했다. 삼성은 삼성물산(6.33%), 삼성벤처투자(11.5%)를 통해 성일하이텍 지분을 확보하기도 했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든 것은 배터리업체들뿐만 아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폴란드에 연산 7000톤 규모의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준공했다. 유럽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하는 스크랩과 폐배터리를 수거해 중간가공품(블랙매스)을 만드는 곳이다.

GS건설도 폐배터리 사업을 추진한다. GS건설은 자회사 에네르마를 통해 지난해 경북 포항 배터리 리사이클링(재활용) 규제자유특구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을 착공했다. 폐배터리에서 연간 2만톤 규모의 블랙 파우더(리튬 망간 니켈 등이 포함된 검은색 덩어리)를 추출할 계획이다.

기업들이 폐배터리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25년 7억9400만달러(1조917억원, 26GWh)에서 2030년 55억5800만달러(7조6423억원, 158GWh), 2040년 573억9500만달러(78조9181억원, 1606GWh)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양극재, 음극재 등 핵심소재의 공급망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미국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키면서 배터리 핵심소재의 대중(對中) 의존도 탈피와 핵심소재 자립, 공급망 다변화는 배터리 산업의 당면과제가 됐다.

한국 기업의 수산화리튬, 코발트, 흑연 등 핵심소재의 중국 의존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1~7월 수산화리튬(산화리튬 포함) 수입액 17억4829만달러 중 84.4%인 14억7637만달러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코발트는 81%, 흑연은 89.6%에 해당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등 핵심소재를 추출해 다시 배터리 생산에 활용하는 폐배터리 사업은 핵심 소재 자립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을 받게 됐다.

다만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이 단기적으로는 공급망 안정이나 대중 의존도 탈피 수단이 되지는 못할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본격화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폐배터리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폐배터리 시장은 IRA로 중국 외 원소재 수급을 위한 측면에서 각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폐배터리 사업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실제 유의미한 수준으로 추출한 소재를 공급하는 데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적으로 시장에서 대안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