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도심 속 작은 발전소 SK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가보니

연료전지로 친환경 발전 전기차 충전…1.3만개 만들면 화력발전소 8개 대체
"화재위험성도 없고 탄소중련 실현 에너지 전환 모델"…규제 돌파가 과제

서울 금천구 SK에너지 박미주유소 에너지 슈퍼스테이션.(SK에너지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지금 연료전지가 가동되고 있는데 소리가 들리시나요?"

지난 24일 방문한 서울 금천구 SK 박미주유소는 여느 주유소와 외관상 전혀 다를 게 없었다. 연간 2500M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도심 속 작은 발전소'라고 했지만 소음도, 연기도, 송전탑도 없었다. 주유소 전면의 'ENERGY SUPER STATION'(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란 간판이 다른 주유소와 유일한 차이점이었다.

SK 박미주유소는 SK에너지의 첫번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주유소에 태양광, 연료전지 등 친환경 발전설비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한 뒤 전기차에 충전하는 주유소 기반 혁신 사업모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 과제 중 하나다.

SK에너지는 지난해 5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실증특례를 받아 이곳에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열었다. SK 박미주유소는 태양광(20.6kW)과 연료전지(300kW) 발전 설비를 통해 친환경 전기를 생산한다.

태양광 발전 설비는 캐노피(주유기 지붕)와 사무동 2층 옥상에, 연료전지는 2층 세차동 옥상에 각각 설치돼 있었다. 세차동 옥상 철문을 열자 '웅'하는 소리가 낮게 들렸다. 연료전지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일반 대화 수준(65데시벨)이라고 했다.

SK에너지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1호인 서울 금천구 SK 박미주유소 옥상에 설치된 연료전지.(SK에너지 제공)ⓒ 뉴스1

세차동 옥상 넓이는 30평(99㎡) 정도로 양옆으로 연료전지 주기기 10개와 부대기기들이 길게 서 있었다. 주기기 1개 크기는 가로, 세로 각 1미터에 높이 2미터 정도였다.

부대기기는 주기기에 천연가스(LNG)를 공급하는 장치와 주기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서 받을 수 있도록 변압을 하는 장치로 이뤄졌다. 주기기와 부대기기가 차지하는 면적은 15평(49㎡) 정도라는 게 SK에너지 관계자 설명이다.

연료전지는 LNG를 이용해 만드는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화학반응해 전기를 생성하는 에너지 동력원이다.

연소 반응이 없는 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만들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발생량(343.2kg/MWh)이 유연탄(819.3kg/MWh)은 물론 액화천연가스(492.8kg/MWh)보다도 적다.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원인 물질인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는 아예 발생하지 않는다.

주유소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와 연료전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전기차에 충전할 수 있는 급속/초급속 충전기는 주유소 뒤편에 2기가 설치돼 있었다.

세차동과 충전기의 직선거리는 10m 정도였지만 세차동 옥상에서 생산된 전기는 충전기로 바로 향하지 못하고 한전에 판매되고 있었다. 전기사업법상 발전사업자는 전기판매업을 겸할 수 없기 때문이다.

SK에너지는 향후 관련 법령이 개선되면 생산한 전기를 바로 충전기에 공급할 예정이다.

충전기 앞에는 충전 시간 동안 차를 세워둘 수 있는 주차 2면과 대기 차량을 위한 주차 2면 등 총 4면의 주차공간이 마련됐다.

대기하는 동안 차량 내부를 청소할 수 있도록 청소기도 설치됐다. 사업이 본격화되면 운전자들이 대기하는 동안 청소기 외에도 편의점, 카페 등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SK에너지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1호인 서울 금천구 SK박미주유소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SK에너지 제공)ⓒ 뉴스1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의 장점은 이같이 옥상, 유휴 부지 등 기존 주유소의 남는 공간을 활용해 친환경 전기를 생산하고, 전기차 운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 주유소와 충전소 1만3000개소에 300Kw의 연료전지를 설치하면 4GW의 화력발전소 8기를 대체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는 1200만톤 감축할 수 있다.

주유소 대부분이 전력의 주요 수요처인 도심에 있는 만큼 송배전 손실도 발생하지 않는다. 현재는 발전소와 도심이 멀리 떨어져 있어 연간 1만9000GWh(2019년)의 송배전 손실이 발생한다고 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2조원 수준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화재위험이 없는 연료전지가 도심 발전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인화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내외부 요인에 의해 화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사업화는 규제에 막혀 있는 상황이다.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연료전지는 주유소에 설치할 수 있는 시설 목록에서 빠져 있다. 이 규칙은 행정안전부령이며 주무기관인 소방청이 현재 연료전지의 주유소 설치 허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산업부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주유소 연료전지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서울시도 전력 자립을 위해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전환 관련 인허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주유소·LPG 충전소를 친환경 에너지 공급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주유소·LPG 충전소 내 설치가능 건축물에 연료전지를 포함하고 주유소·LPG 충전소 내 전기자동차 충전 설비 관련 규제 완화 등 규제 개선을 공약으로 밝혔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주유소는 에너지 수요가 집중되는 도심에 위치해 있고, 미래 전기차·수소차 충전 인프라 설치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며 "차량 충전과 신재생 에너지 발전까지 가능한 복합 스테이션으로 진화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탄소중립 실현을 가장 빠르게 이끌 수 있는 에너지 전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