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원이던 주가 10년 만에 3000원'…두산중공업이 두산그룹 흔드나
지배구조상 유동성 위기 전이 쉬워
두산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와
- 김동규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10년 전 8만9200원에서 3275원으로 추락'. 두산중공업 주가 얘기다. 10년 전인 2010년3월12일 8만9200원이던 두산중공업 주가는 지난 12일 3275원으로 떨어졌다. 하락률은 96.3%. 한때 10만원을 넘보던 우량주가 10년 만에 액면가(5000원)보다도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두산중공업 주가가 최근 급락한 것은 회사의 '일부 휴업' 검토 때문이다. 이 소식이 알려진 후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으며, 두산그룹 전체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최대 주주는 ㈜두산으로 44.86%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런 이유에서 두산중공업에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그 위기가 두산그룹의 지주사인 ㈜두산에 바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사실상 두산중공업이 두산그룹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지배구조로 인해 두산중공업의 재무위기는 언제나 두산그룹의 위기설로 이어졌다. 심원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의 지배구조상 2가지의 단점을 지적했다.
심 연구원은 “두산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의 이익이 두산중공업에 귀속되지만 두산중공업 자체의 재무부담 때문에 자금이 두산으로 흘러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두산도 전자·산업차량·모트롤·정보통신 등과 같은 고수익성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매분기 1300억원의 DSP(주당 배당금) 때문에 자회사의 투자재원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심 연구원은 이어 “이런 상황 속에서 그룹의 허리역할을 해야 하는 두산중공업의 경영부진은 그룹 전체의 원활한 자원배분에 큰 제약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두산의 수익창출력 저하를 지적하면서 두산그룹 전반의 과중한 재무부담에 대해 지적했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두산은 수익창출력이 위축된 가운데 연간 1500억원 내외의 배당 및 이자지급과 계열사에 대한 자금소요 등이 현금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과도한 배당지급과 두산중공업에 대한 작년 유상증자(1416억원) 및 계열사 지분 투자로 인해 2018년 이후 현금창출력을 상회하는 자금소요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산그룹의 허리인 두산중공업이 최근 일부 휴업을 검토할 정도로 경영상황이 악화된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인한 수요 수주 물량 감소, 두산건설 보유지분 손상차손 인식 등이 위기의 이유로 꼽힌다.
정연인 두산중공업 사장은 지난 10일 휴업 검토를 위한 노사 협의 요청서에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됐던 원자력·석탄화력 프로젝트 취소로 약 10조원 규모 수주 물량이 증발하며 경영위기가 가속화됐고, 신용등급까지 하락해 부채 상환 압박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두산중공업의 휴업 검토가 두산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의 매출액 중 약 80%는 수주잔고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수주잔고 감소에 따른 매출 및 이익감소는 기존 추정에 이미 일정 정도 반영돼 있다”며 “다만 두산인프라코어 등 주요 계열사들의 영업환경 악화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한 추가 부담까지 발생한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고려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dkim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