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삭기들의 화려한 비보잉"…수주는 거기서 시작된다
[르포]굴삭기의 산실 두산인프라코어 군산공장
화려한 데모쇼로 고객 기선제압...90% 이상 수출
- 이철 기자
(군산(전북)=뉴스1) 이철 기자 = "너무 확 잡아 당기면 쭉 나갑니다. 조심하세요."
처음 잡아본 굴삭기의 조종 스틱은 생각보다 예민했다. 레버를 앞으로 쭉 밀었는데 굴삭기는 뒤로 훅 나갔다. 놀라서 손을 떼니 동승한 기사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괜찮아".
지난 18일 두산인프라코어 군산 공장을 방문해 굴삭기를 몰아 볼 기회를 얻었다. 시연장 앞엔 육중한 굴삭기들이 줄지어 서 있다. 그 자체만으로 장관이다.
굴삭기 조정에 포인트는 앞뒤를 잘 찾는 것이다. 동승한 가이드는 "지금 굴삭기는 뒤를 보고 있는 것"이라며 "왼쪽 스틱을 조종해 몸체를 180도 회전한 후 주행 레버를 밀면 굴삭기가 앞으로 나간다"고 조언했다.
굴삭기 조종석엔 스틱이 4개나 있다. 가운데 있는 두개 스틱은 각각 왼쪽과 오른쪽 바퀴의 앞 뒤 움직임을 제어한다. 왼쪽 스틱만 앞으로 밀고 오른쪽은 놔두면 굴삭기가 우회전을 하는 식이다. 왼쪽을 밀고 오른쪽 레버를 뒤로 당기면 제자리에서 회전한다.
양옆에 달린 스틱은 몸체의 전후 좌우 회전을 맡는다. 모두 굴삭기의 '팔'과 '손'을 담당하는 조종간이다. 이것들을 활용해 흙을 퍼내고 옮길 수 있다.
시운전을 마친 뒤 하차하자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땅을 직접 파보면 각 굴삭기가 가진 힘을 느낄 수 있다"며 "우리 굴삭기 기술력이 세계적인 기업들과 비슷한 수준까지 따라왔다"고 설명했다.
◇ 화려한 비보잉으로 고객 기선제압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날 굴삭기들을 동원해 '데모쇼'를 준비했다. 데모쇼는 외부에서 고객들이 방문했을 때 두산인프라코어 제품의 성능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공연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대형 굴삭기, 흙을 퍼나르는 휠로더, 그리고 자회사 두산밥캣의 초소형 휠로더인 '스키드로더'를 공연에 투입했다.
해외 바이어 20여명이 자리에 앉자 공연이 시작됐다. 음악에 맞춰 굴삭기들이 일제히 회전하는 집단군무부터 굴삭기의 '손' 부분을 지렛대 삼아 바퀴를 들어올리는 등 다양한 동작들이 연출됐다. 그 중 백미는 스키드로더가 마치 모터사이클처럼 뒷 바퀴를 들어올린체 회전하는 모습이었다. 마치 비보이의 춤을 연상케 했다.
해외 바이어들은 중장비들이 고난이도의 동작을 할 때마다 눈을 빛냈다. 이들은 공연이 끝난 후에 직접 제품을 몰아보고 관계자들에게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고객들은 5분만 장비를 몰아보면 견적이 나오는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라며 "해외 중요고객이 방문할 때에 맞춰 수시로 데모쇼를 진행해 구매를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쇼를 보고 돌아간 고객들이 제품 문의를 해오는 경우가 많다"며 "데모쇼가 끝난 후 할인 판매 등에 따라 주문 계약이 성사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굴삭기의 산실 군산 공장…90% 이상 수출
두산인프라코어 군산공장은 2006년 10월 군산시와 투자협약을 체결한 후 2010년 10월에 완공됐다. 61만㎡ 부지에 공장부지만 12만5000㎡ 규모로, 22종의 굴삭기와 32종의 휠로더가 생산된다. 연간 최대 생산량은 굴삭기와 휠로더를 합쳐 총 4800대다.
공장 안은 놀랄만큼 깔끔했다. 자재들이 쌓여있고 지게차가 분주히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공장을 안내한 최대경 군산 관리팀 주임은 "군산 공장은 일부 해외수입 부품 보관소를 제외하고 별다른 물류창고가 없다"며 "주문을 한 부품은 수도권 협력업체들에게서 차량으로 수송한 후 그날 모두 소모하기 때문에 보관창고와 공장 내부 지게차가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공장은 굴삭기 조립, 휠로더 조립, 제관(용접), 도장 라인이 각각 1개씩 배치된다. 용접과 도장라인이 공장 한켠을, 굴삭기와 휠로더 조립라인이 다른 한쪽을 쓴다.
조립 공장에 들어가자 바닥에 있는 컨베이어 벨트 2개가 보였다. 굴삭기와 휠로더 라인 각각 1개씩이다. 굴삭기와 휠로더는 각각 24개, 54개의 공정을 거친다. 하루 9시간 기준으로 하면 굴삭기는 최대 9대, 휠로더는 13개를 만들 수 있다. 연간 최대 생산량은 2개 기종을 합쳐 4800대다.
엄청난 소음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도 어긋났다. 용접 파트를 제외한 조립공장은 조립시 발생하는 소리 외에 비교적 조용했다. 각 파트에서는 직원들의 작업과 합께 사원들의 실전 교육도 함께 이뤄지고 있었다.
최대경 주임은 "굴삭기의 경우 각 24개 공정의 작업이 모두 끝나야 컨베이어 벨트가 한 칸 옆으로 이동한다"며 "때문에 작업 속도가 느린 공정에는 '5분 대기조'개념의 숙련 반장들이 즉시 투입돼 지원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공정에 어느정도 숙련된 직원은 다른 공정으로 배치돼 다른 작업을 배운다"며 "이렇게 모든 조립공정을 다 거친 숙련자들이 반장이 돼 후배들을 이끄는 구조"라고 말했다.
완제품들은 총 5개의 테스트 과정을 거쳐 출하된다. 생산품 중 93% 가량이 해외로 수출되는 제품이며 7% 국내에서 주문한 제품들이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 규모 세계 8위의 중장비 업체로 성장했지만 세계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더욱 키워야 한다"며 "세계 상위권의 제품 성능과 고장 발생 후 즉시 달려가는 애프터 서비스를 무기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 상위 20개 중장비 업체의 매출을 합쳐보면 2012년 1600억달러에서 지난해 1090억달러로 시장이 침체된 상황이다"라며 "지금 고객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결국 호황기가 왔을 때 판매 증가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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