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정유사]①벙커C유를 휘발유로...'고도화'로 환골탈태
같은 원유로 정제유 더 팔고 원가절감...1석2조
현대오일뱅크 고도화 완성단계..GS칼텍스도 잰걸음
- 강현창 기자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정유사가 변하고 있다. 고도화 설비에 집중투자해 원유를 남김없이 정제할 수 있는 비율 을 높이고 2차사업으로 윤활유와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늘려가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 정제마진에 의존하던 실적의 천수답신세도 벗어나고 있다.
17일 <뉴스1>이 정유업계의 영업이익과 정유업계 추정 정제마진을 비교한 결과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는 두 수치가 연동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정제마진이 하락하면 정유사의 실적도 나빠지고 정제마진이 좋아지면 실적도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부터 최근까지는 두 수치가 엇갈렸다. 정제마진이 줄곧 떨어지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분석대상기간 중 최고치를 나타냈다.
◇ 1차 정제찌꺼기 벙커C유를 휘발유로...1석2조 고도화효과
실적개선의 일등공신으로 정유 4사가 입을 모아 강조한 것은 바로 고도화 설비다. 고도화 설비란 원유를 단순 정제한 후 남는 찌꺼기인 잔사유를 휘발유, 경유 등 경질유로 전환하는 시설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들여오는 중동산 원유는 단순 정제했을 때 대략 40%가 잔사유로 남는다. 원유 100을 가져오면 정제유로 60만 팔고 40은 사실상 버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벙커C유로 대표되는 잔사유는 국제시장에서 중동산 원유보다 보통 배럴당 10달러 정도 저렴하게 거래되기 때문에 정유사의 수익에 큰 도움이 못 된다. 휘발유, 경유 등 경질유는 원유보다 배럴당 약 10달러 정도 비싸다.
이 때문에 저가의 잔사유를 고부가가치 제품인 휘발유, 경유 등으로 전환하는 고도화 설비는 정유사의 경쟁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같은 원유에서 더 많은 경질유를 뽑아내니 상품성있는 제품은 더 많이 팔수 있게된다. 게다가 휘발유를 생산하기 위해 원유보다 싼 벙커C유를 구입해 쓰면 된다. 원가면에서나 수익면에서 1석2조인 셈이다.
고도화 과정을 거친 제품이라도 품질이 나쁘지 않다. 처음 나온 경질유와 동일한 분자 구조로 되어 있다. 탈황 공정 등 고도화 후처리 공정을 통해 황, 질소 화합물 등을 제거하고 있어 원료와 상관없이 최종 제품은 같은 규격으로 만들 수 있다.
중질유를 분해해 경질유로 전환할 수 있는 처리 능력과 원유 단순정제 처리 능력의 비율인 고도화 비율은 2015년 1월 기준 국내 정유사들이 24.4%다. 이는 중국(17.2%), 싱가포르(16.9%)등 경쟁국들보다 월등한 수준이다. 단순정제후 남는 잔사유의 60%이상을 휘발유 등으로 만들수 있다는 얘기다.
고도화를 위해서는 잔사유의 단단한 탄소 원자 결합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현재로써는 세 가지 방식이 있다. 잔사유에 수소를 첨가해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공정과 섭씨 400도 이상의 열을 가하는 공정, 미세 분말 형태의 촉매와 반응시키는 공정이다.
◇ 현대오일뱅크 고도화 완성단계…GS칼텍스도 잰걸음
현재 정유 4사 중 고도화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오일뱅크로 지난해 말 기준 39.1%다. 이어 GS칼텍스는 34.9%, SK이노베이션은 23.4%와 에쓰오일은 22.1% 수준이다.
수치가 말해주듯이 국내에서 고도화 설비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회사는 현대오일뱅크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사 중에서 유일하게 세 가지 방식의 고도화 설비를 모두 갖추고 있다.
지난 1988년 국내 최초로 고도화 설비를 도입했으며 2011년 2조6000억원을 들여 제2 고도화 프로젝트를 시작해 지난해 말 기준 39.1%의 고도화 비율을 달성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8년까지 추가적인 고도화 설비 업그레이드에 약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선 약 2000억원을 투입해 고도화 처리 전 단계에 하루 8만배럴의 잔사유를 처리할 수 있는 SDA(Solvent De-Asphalting)공정을 추가할 예정이다.
잔사유에 포함된 금속, 황, 질소 등의 불순물은 고도화 공정에 투입될 경우 경질유로 전환되지 않고 촉매에 달라붙어 촉매 수명을 단축시키고 경질유 수율을 감소시키는 데 SDA공정을 통해 이를 제거하는 설비다.
나머지 3000억원은 기존 고도화 설비의 용량을 키워 현재 39.1%인 고도화 비율을 46%대로 높일 예정이다.
이론적으로 고도화 비율이 40%면 우리나라에서 주로 도입하는 중동산 원유를 정유공장에 투입했을 때 전량(부산물 제외 : BTX, 윤활기유, 슬러리 오일 등)을 고부가가치 경질유로 생산할 수 있다. 46%의 고도화 비율이 현실화된다면 자체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잔사유보다 더 많은 양의 잔사유를 고도화 설비에 투입해 경질유로 전환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비싼 원유를 구입할 필요 없이 국제시장에서 값싸게 거래되는 저가의 벙커C유만을 사서 고도화과정을 통해 경질유로 바꿀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실제 고도화 비율이 50%를 넘는 미국 등 선진국 일부 정유공장은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벙커C유를 싸게 구매한 후, 경질유로 재생산해 비싸게 되팔며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GS칼텍스도 지난 1995년부터 고도화 설비에 투자를 시작해 지금까지 5조8500억원을 들여 여수공장에 수소첨가 방식과 촉매 방식의 고도화 설비를 완성했다. 하루에 27만4000배럴의 잔사유를 처리할 수 있는 설비다.
20%대에 머물던 고도화 비율을 가진 에쓰오일은 최근 고도화 설비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시작했다. 2018년 4월 완공을 목표로 총 4조8000억원을 투자해 울산에 대규모 석유화학 복합시설(RUC&ODC)을 만든다.
이 시설은 단순히 잔사유를 분해해 경질유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고도화 설비에서 나온 프로필렌을 원료로 폴리프로필렌(PP)과 산화프로필렌(PO)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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