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디젤 역풍 맞나" 폭스바겐 사태로 정유업계 '난감'

디젤수요 감소하면 글로벌 공급과잉 우려…전방위 홍보한 '클린디젤' 역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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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폭스바겐의 디젤엔진 배출가스 조작파문이 디젤차 연비 등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국내 정유업계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대미문의 폭스바겐 '사기극'으로 세계 각국 정부가 디젤차의 환경 규제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디젤차 가격인상은 불가피해지고, 차값이 올라가면 판매는 줄어들게 된다. 디젤차 판매감소는 디젤의 공급과잉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정유업계는 폭스바겐 디젤차 사건을 주의깊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글로벌 정유업계는 지난 10년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아시아와 중동에서 디젤 중심의 정유시설을 설립했고 아시아와 미국에서도 디젤 중심으로 시설을 개선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앤컴퍼니에 따르면, 전세계 정유업계의 일일 디젤 생산량은 2012년 9300만배럴에서 2020년 1억300만배럴로 늘어날 전망이다.

디젤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정유사들도 폭스바겐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유사들은 '당장 큰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유업계가 나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클린디젤'이 역풍을 맞고 있어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현재 폭스바겐은 미국내에서 '클린 디젤' 광고를 중단한 상태다.

국내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디젤의 경우 다른 제품보다 수출비중이 월등히 높다"면서 "디젤차 파문이 장기화돼 디젤수요가 줄어든다면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경유(디젤)는 국내 정유사들의 대표 상품이다. 정유사들은 정제설비를 통해 생산한 경유의 절반은 내수시장에 판매하고, 나머지 절반은 수출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소비되는 경유제품(2011~2014년)은 연평균 1억3969만배럴로 이가운데 76%가 도로용 연료로 쓰이고 있다.

정유사들은 까다로워지는 환경규제를 맞추기 위해 고도화설비에 수조원을 투자했다. 등·경유의 유황성분을 줄이는 수첨탈황시설 등 탈황설비를 갖췄다. 지난해 12월 S-OIL은 총 2000억원을 투자해 경유탈황시설 등을 확충하기로 결정했다. 2017년까지 경유탈황시설인 MHC(Mild Hydrocracker) 공정에서 기존보다 중질의 고유황 경유를 처리해 초저유황 경유를 생산하면서 처리량을 약 10% 늘리는 시설 개조(revamping)를 시행한다.

잇단 설비투자에 힘입어 대기오염의 주범인 경유는 2010년 이후 '클린디젤'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국내 정유업계도 불필요한 연료 수입 억제를 위해 '클린디젤'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디젤 택시 등 수요 확대를 위해 2011년부터 신문과 TV광고, 관련 포럼 등을 통한 '클린디젤' 띄우기에 주력했다. 점차 '클린디젤'이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경유값이 올라도 디젤차 판매가 늘어나는 현상도 벌어졌다. 그러나 이번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디젤연료에 대한 정부의 규제강화와 수요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각종 연구에서 디젤차의 친환경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디젤차에 대한 각종 혜택도 급감할 조짐이다.

글로벌 정유업계에서도 디젤 중심 연료 확대 추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영석유업체 스타토일의 라스 토르스톰 자산최적화 책임자는 최근 유럽정유 컨퍼런스에서 "(디젤 연료 확대는)정유사의 관점에서도 환경의 관점에서도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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