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도 회장이 세운 성진지오텍과 세화엠피…'엇갈린 운명'

포스코 매각된 성진지오텍 '워크아웃 위기'...세화엠피, 수년째 꾸준히 흑자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

(서울=뉴스1) 박기락 기자 = 성진지오텍과 합병 이후 포스코플랜텍이 경영난을 겪는 동안 성진지오텍을 매각한 전정도 회장이 설립한 세화엠피는 꾸준히 흑자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화엠피가 포스코에 매각된 성진지오텍과 같이 산업용 플랜트를 제작해온 업체라는 점에서 업계가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않다.

성진지오텍과 세화엠피는 모두 전정도 회장이 설립한 회사지만 현재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 회장은 세화엠피를 먼저 설립했다. 1980년 볼트와 너트를 만드는 회사인 유영금속이 2010년 세화엠피로 사명을 바꿨다. 전 회장은 유영금속을 먼저 창업하고 9년뒤 조선 및 에너지 플랜트를 제작하는 성진지오텍을 설립했다.

이후 성진지오텍은 석유화학 플랜트를 비롯해 담수설비, 해양설비, 오일샌드에서 원유를 정제하는 모듈 등을 모두 제작하는 국내 유일의 업체로 성장한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실적악화로 부채 늘면서 부도위기에 몰리게 된다.

성진지오텍을 부도의 수렁에서 구한 것은 포스코였다. 포스코는 2010년 3월 성진지오텍 지분 40%를 1593억원에 사들였다. 주당 인수가격은 1만2900원으로 당해 2월말 성진지오텍 주가 9030원보다 40% 이상 비싼 값이다. 매각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실세들과 친분설이 나돌던 전 회장에 특혜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는 부분이다.

전 회장이 포스코에 성진지오텍을 매각한 또다른 이유는 환헤지 파생금융상품인 키코에 투자한 때문이었다. 키코는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올라가면 손해를 보지만 반대로 환율이 내려가면 기업이 차익을 남길 수 있는 상품으로, 전 회장은 2008년 8억달러 규모의 키코 상품에 가입했다. 하지만 투자 실패로 키코손실금액이 2000억원까지 불어나는데 이를 메우기 위해 전 회장은 2010년 성진지오텍의 지분과 경영권을 포스코에 팔았다.

전 회장은 성진지오텍을 포스코에 매각한 후 남은 자금을 유영금속에 투입해, 해양플랜트를 제작하는 세화엠피로 사명을 바꿔 출범시켰다. 이후 세화엠피는 매년 사세를 늘리는 등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세화엠피의 매출액은 782억원에 달했다. 설립 직후 매출 221억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3.5배 넘게 성장한 것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7억원으로 전년대비 66.7% 줄었지만 2010년 이래 단 한번의 적자가 없었던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면 포스코플랜텍은 성진지오텍을 흡수한 다음부터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3년 포스코는 성진지오텍의 포스코플랜텍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포스코플랜텍은 포스코에 산업용 기계설비 등을 납품하고 정비를 담당했던 포철기연과 포철산기의 합병으로 만들어진 회사였다. 성진지오텍으로 흡수되기 직전인 2012년 포스코플랜텍의 매출은 5232억원, 영업이익은 253억원으로 견조한 실적을 보였다. 그러나 성진지오텍에 흡수되면서 사명을 그대로 유지한 포스코플랜텍은 2013년부터 매분기 적자를 냈다. 지난해는 영업손실이 무려 1891억원에 달했다.

포스코플랜텍 경영난이 장기화되고 있는 원인은 성진지오텍의 부실 규모가 워낙 컸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수 당시 부채비율이 1600%에 달했던 부실기업을 포스코가 고가에 인수했다는 것이다. 또 인수대금 1539억원을 비롯해 수차례의 유상증자까지 포스코가 투입한 자금만 6000억원에 이른다. 포스코플랜텍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등한시 했기 때문에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일각에서는 세화엠피를 비롯해 전정도 회장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세화그룹 계열사가 성진지오텍과 합병한 포스코플랜텍 경영난을 가중시켰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세화엠피를 비롯해 성진지오텍 매각 직후 전 회장이 형인 전영도씨와 설립한 세화글로벌, 세화E&T, 유영E&L, 세화오프쇼어 등 세화그룹 계열사는 해양플랜트를 주력으로 삼던 성진지오텍과 비슷한 사업을 펼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 전회장이 성진지오텍 매각 이후 설립한 세화그룹 계열사들이 성진지오텍 사업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며 "성진지오텍이 보유한 핵심기술과 영업 기밀이 세화그룹 계열사로 흡수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플랜텍은 최근 외환은행과 우리은행으로부터 590억원 대출금을 갚지 못해 연체상태에 빠졌다. 포스코가 부실계열사와 선긋기에 나서면서 자금 지원을 중단할 뜻을 밝히면서 포스코플랜텍의 워크아웃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자산이 80억원에 불과한 포스코플랜텍에 포스코가 자금지원을 중단할 경우 유휴부지 및 공장 매각과 같은 방법으로 부채를 자체 상환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kiroc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