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도 끄떡없다…얇고 따뜻한 소재가 대세

발열소재 겨울옷 '인기'...엄홍길 장갑에 사용된 '신슐레이트'도 신소재

2015년 새해 첫 출근일인 2일 오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온 몸을 꽁꽁 싸맨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15.1.2/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겨울 한파에는 최대한 옷을 껴입는 것이 미덕인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얇아도 따뜻한 소재들이 나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옷맵시를 둔탁하게 만드는 내복과 무거운 코트대신 가벼워진 패딩점퍼와 발열기능을 갖춘 얇은 이너웨어가 겨울 필수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온소재는 크게 천연소재와 합성섬유로 나뉜다. 천연소재는 패딩점퍼나 이불 등에 충전재로 들어가는 오리털과 거위털, 스웨터 소재로 많이 쓰이는 양모 등이 대표적이다. 합성소재는 발열내의 열풍의 주역인 고기능성 소재가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땅콩 리턴'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은 검찰출석 당시 입은 코트로도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의 검은코트는 수천만원에서 최고 1억원에 이르는 해외 유명 고가 브랜드 제품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 코트는 최고급 소재인 캐시미어 중에서도 최상의 품질로 꼽히는 '파시미나(pashmina)'로 만들어졌다. 캐시미어는 인도 서북부 카슈미르 지방의 캐시미어 염소나 티베트산 산양의 연한 털을 사용한 모직물이다. 부드럽고 윤기가 흐르며 보온성이 우수해 겨울 의류에 많이 사용된다. 파시미나는 캐시미어보다 더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가볍다. 단 캐시미어, 파시미나 모두 가격이 매우 비싼 것이 흠이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조사 과정에서 성실히 답변할 것이다"며 "사무장과 승무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수차례 말했다. 2014.12.12/뉴스1ⓒ News1

알파카도 여성용 겨울코트 소재로 많이 사용된다. 알파카는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악지대에 서식하는 낙타과의 포유류 초식 동물로 라마와 비슷하지만 목에 털이 더 많다. 몸을 감싸고 있는 털때문에 고산지대의 극한 추위에서도 끄떡없는 동물로 잘 알려져있다. 이 털은 의류와 카펫 등의 직물로 활용된다. 양털보다 가늘고 곧아 훨씬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얇고 광택이 나는 직물을 만들 수 있다.

거위털도 압축기술 진화로 한층 가볍고 얇아지는 추세다. 패딩점퍼에 사용되는 거위털은 오리털보다 가볍고 함기량이 커 보온성이 우수하다. 깃털의 압축력을 높여 부피감을 줄인 덕분에 '미쉘린 타이어'처럼 둔해보이는 단점을 극복했다.

얼마전부터는 발열기능 등을 갖춘 합성섬유 소재가 섬유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베스트셀러 제품이 된 유니클로의 '히트텍(HEATTECH)'은 겨울철 필수 구비품이 될 정도로 인기다. 히트텍은 유니클로가 일본 '도레이'와 공동개발한 신소재다. 몸에서 증발하는 수증기를 섬유가 흡수해 열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신기술을 접목했다. 직물 조직과 조합으로 공기층을 만들어 단열효과도 높였다. 무엇보다 내복처럼 보이지 않는 디자인 때문에 겉옷으로도 손색없다.

발열내의는 기존 내복과 달리 얇게 만들어져 옷맵시를 살려주면서도 보온효과가 뛰어나다. 효성의 발열내의 소재인 '에어로웜(Aerowarm)'은 기존 섬유보다 35% 정도 가볍고 면·울 소재보다 20% 이상의 보온효과를 낸다. 소재와 겨울철 의복 내 습기를 조절해 착용감을 개선했다. 내구성도 뛰어나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예전에는 의류의 보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두꺼운 원단을 사용하거나 공기를 많이 함유하는 기능이 뛰어난 소재를 사용하는데 그쳤다"며 "하지만 오늘날 섬유기업들은 가볍고 얇으면서도 보온성이 우수한 소재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장갑에 사용되면서 유명해진 '신슐레이트(thinsulate)'도 떠오르는 신소재다. 현재까지 개발된 어떤 합성 보온소재보다 두께 및 무게 대비 보온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3M사가 개발한 초극세사 기술의 결정판으로 불린다. 인류 최초로 달에 첫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이 신고 있던 부츠가 바로 신슐레이트로 만들어졌다. 주로 방한용 옷이나 등산화에 사용된다. 보온효과를 위해 미세섬유들을 특수하게 결합시킨 극세사로 가공된다. 경계층을 만들어 놓아 공기를 가두기 때문에 같은두께라도 다른 소재보다 2배의 보온성을 지닌다. 같은 두께의 오리털 소재보다 1.5배 더 따뜻하며 물에 젖었을 때도 보온성을 유지하고 건조가 빠르다.

저렴하지만 대중적인 보온소재로는 '기모'가 대표적이다. 가장 친숙하면서도 잘 알려진 소재로 겨울용 바지, 스타킹, 레깅스, 양말 등에 사용된다. 섬유표면을 긁거나 뽑아 천의 표면에 보풀이 일게 하여 만든 소재로 감촉이 부드럽고 직물이 두껍기 때문에 체온을 뺏기지 않도록 해준다. 폴라플리스(Polar Fleece)의 줄임말인 '플리스'도 겨울철 자주 접하는 소재다. 수면바지와 내복, 양말, 장갑, 모자 등 다양하게 사용된다. 폴리에스테르 원단에 부드러운 보푸라기를 인공적으로 발생시켜 신축성이 있으면서도 매우 가볍고 따뜻하다. 부드러운 플리스 소재는 물에 잘 젖지 않고 잘 마르기 때문에 쾌적한 감촉이 유지되며 보온성도 뛰어나 고어텍스와 함께 등산 의류계에서 가장 선호하는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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