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리사 수, 최태원-젠슨 황…엇갈린 행보 숨은 셈법

AMD CEO 만나는 이재용, GTC 찾는 최태원…나란히 '반도체 세일즈'
HBM 반격·파운드리 노린 삼성전자, 수성 나선 SK하닉…전략 제각각

해외 일정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6.3.13 ⓒ 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번 주 나란히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회동하며 '반도체 세일즈'에 나선다. 이재용 회장은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난다. 두 총수의 행보가 엇갈린 것은 세일즈 전략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은 리사 수, 최태원은 젠슨 황과 '반도체 회동'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오는 18일 방한하는 리사 수 AMD CEO와 만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및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협력 강화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 CEO가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 2014년 취임 이후 12년 만이다.

AMD는 '엔비디아 대항마'로 꼽히는 글로벌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 이인자다. 엔비디아·인텔 등과 경쟁하는 글로벌 빅테크이자 국내 메모리 업계의 '큰손'으로 통한다. 삼성전자는 AMD의 AI 가속기인 'MI350'에 HBM3E(5세대) 12단을 공급하고 있다.

수 CEO는 이재용 회장에게 HBM4(6세대) 공급 확대를 직접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AMD가 올 하반기 출시하는 AI 가속기 'MI450'은 최대 432기가바이트(GB)의 HBM4를 탑재하는데, 극심한 메모리 쇼티지(공급 부족)으로 물량 확보가 급선무다.

최태원 회장은 오는 1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엔비디아의 연례 기술 콘퍼런스 'GTC 2026' 행사에 참석한다. 최 회장이 GTC 행사를 직접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엔비디아가 주관하는 글로벌 행사인 만큼, 최 회장과 젠슨 황 CEO의 회동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5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 '99치킨 회동'(치맥 회동) 이후 한 달 만의 재회다.

두 사람은 회동에서 HBM 공급 확대 및 차세대 AI 반도체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이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에너지·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사업을 확대하는 만큼, 양사 협력 범위를 대폭 넓히는 방안이 의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만나 AI슈퍼컴퓨터 'DGX스파크'를 선물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31 ⓒ 뉴스1 김민지 기자
추격하는 삼성, 수성하는 SK…미묘한 셈법

이재용·최태원 두 총수의 행보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의 미묘한 전략 셈법이 엿보인다. HBM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고객사 확대를 통한 시장 지배력 강화를, SK하이닉스는 최대 고객사 엔비디아와의 '혈맹' 강화를 통해 시장 수성에 나선 것이란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HBM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엔비디아 공급망'에 합류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SK하이닉스가 앞서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7%, 삼성전자가 22% 수준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엔비디아를 바짝 추격하는 AMD가 최적의 러닝메이트다. AMD는 오픈AI와 메타 등으로부터 발주를 따내며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높이고 있는데, AMD가 AI 가속기 점유율을 높일수록 HBM을 공급하는 삼성전자의 시장 지배력을 키울 수 있다.

파운드리 '잭폿 수주'도 관심사다. 삼성 파운드리는 AMD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전담팀을 구축할 만큼 밀착하고 있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12월 미국 출장에서 수 CEO와 만나 2나노(㎚) 칩 파운드리 협력을 깊이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엔비디아와의 '혈맹'(血盟) 부각이 점유율 방어에 효과적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E까지 사실상 엔비디아의 솔벤더(독점 공급사) 몫을 수행했지만, HBM4부터는 삼성전자가 경쟁 구도에 신규 진입했다. 최 회장과 황 CEO의 막역한 관계가 시장에는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을 상징하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GTC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4가 탑재되는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이 공개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GTC에 참가해 HBM4, HBM3E 등 AI 메모리가 적용된 엔비디아의 AI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dongchoi89@news1.kr